[편집인 칼럼] 새벽을 달리며

기사입력 : 2012년 09월 03일

언제부터인가 새벽에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3시에 일어나서 잠시 하나님 만나 하루를 말씀 드리고 또 이러저러한 신문작업과 잡다한 서류를 정리하고 그리고 5시 반 정도부터 운동을 합니다.

캄보디아라는 나라에서 제일 아쉬운 것이 소위 레저와 운동할 데가 없다는 것입니다. 호텔에는 헬스클럽이 있지만 월회비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언감생심입니다. 그런데 제일 좋은 곳도 있습니다. 올림픽 운동장입니다. 그곳은 공짜. 올림픽 운동장을 가는데 보통 뛰게 됩니다. 그런데 왠 개가 그리 많이 쫓아 오는 지 처음에는 무서워 죽을 뻔했습니다. 정말 이상합니다. 캄보디아 개들은 냄새만으로도 캄보디아 사람을 알아 보는 것 같습니다. 아마 먹는 음식에서 나는 냄새인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새벽을 뛰다보면 높은 곳에서 불티가 날리는 것이 종종 눈에 들어 왔습니다. 처음에는 뭔지를 몰라서 나중에 가보니 사원에 있는 높은 첨탑에서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물어보니 화장터라는 것입니다. 으스스 하기도 했지요. 물론 지금은 없어졌지요. 캄보디아는 불교의 나라답게 도처에 절이 있습니다. 그리고 절 안에는 반드시 화장을 하는 탑이 있구요. 아마 새벽에 보았던 불티도 화장을 하던 곳에서 나오는 불티였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죽음의 공기를 마시고 다녔던 것이죠. 사람과 죽음이 공존하는 것이 한 눈에 보이는 세상에서 제가 살고 있습니다.

인도에 갔다 온 친구가 말하기를, 강가에서 시체를 화장할 때 가난한 사람들은 장작살 돈이 부족해서 충분히 시체가 탈 만큼을 사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시체가 완전히 태워지지 못하고 불이 꺼지는데 이때 그 주변에 개들이 모여들어 나머지 시체를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인데, 인도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니 생각의 차이가 이렇게 놀라운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캄보디아는 이렇게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나라입니다. 죽음이란 고해의 세상을 떠나는 기쁨의 순간이며, 그래서 산자는 가는 자를 극진히 보냅니다. 만약 이 장례식이 허술하면 떠나는 자의 혼이 살아 있는 자를 괴롭힌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삶의 고통에 익숙해져 있는지, 아니면 불교적 신앙에 젖어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힘이 든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고통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가요?

한국에서 자살이 늘어난다는 뉴스를 많이 봅니다. 많이 자살하는 것.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 약해져서 그런 것은 아닌가요?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정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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