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서민과 오토바이

기사입력 : 2017년 03월 01일

캄보디아의 대중교통은 오토바이가 중추다. 프놈펜 같은 도시에도 노선버스 운행이 거의 안 되고 있고 택시도 콜택시 정도가 있기 때문에 서민 대부분은 오토바이에 의존해서 살아간다. 출퇴근이나 통학은 물론 밖에 일을 보러 나가려면 오토바이를 이용해야 한다. 초중고 학생들 중에는 자전거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학생 정도가 되면 대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캄보디아에서는 열댓 살 정도만 되면 남녀를 불문하고 거의 오토바이를 탈 줄 안다. 오토바이를 타려면 오토바이 운전면허가 있어야 하지만 면허 없이 타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오토바이를 대체할 교통수단이 없으니 당국에서 면허증까지 단속하지 못하는 것 같다.

가족이 많은 집에는 오토바이가 여러 대 있다. 직장에 출근하거나 학교에 다니는 가족 구성원이 여럿인 경우에는 거기에 맞춰서 오토바이를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집안은 6식구에 학생이 4명인데 오토바이가 4대 있다. 가족이 동시에 출근하고 통학할 때에는 오토바이가 부족해서 식구 중 한두 명은 모토돕(요금제 오토바이 택시)을 타기도 한다. 모토돕은 가까운 거리에도 보통 0.5달러(600원)를 받고 좀 먼 거리인 경우에는 1달러 이상을 받기 때문에 출퇴근이나 통학을 하자면 한 달에 적게는 30~50달러, 많게는 100달러 이상을 교통비로 지출해야 한다. 일반 근로자의 급여가 200달러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교통비 부담이 매우 크다. 그래서 웬만하면 중고 오토바이라도 가지려고 한다.

오토바이는 단순한 이동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오토바이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중요한 생계 수단이기도 하다. 요금을 받고 사람을 태워 주는 모토돕이나 툭툭이 영업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프놈펜만 하더라도 수만 명이 있다. 남성 직업군 중에서 단일 직종으로 종사자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뒤에 수레를 달아 크고 작은 짐을 운반하는 오토바이도 시내나 시외를 막론하고 흔히 볼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토바이를 가지고 각종 음식이나 음료, 과일, 생활필수품 등을 파는 이동 노점상도 많다. 오토바이에 간이 취사도구나 음식을 싣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장이나 공사장 근처, 시장 어귀, 대로변 등으로 옮겨 다니며 장사를 한다. 한 가족의 생계가 오토바이 한 대에 달려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출퇴근 시간에 간선 도로에 나가면 오토바이와 차가 뒤엉켜 달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매일 곳곳에서 교통 체증이 빚어진다. 프놈펜의 경우, 최근 4,5년 사이에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그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나서 교통 체증 현상은 일상화 되었고 날이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다. 러시아워뿐만 아니라 한낮에도 예기치 않은 곳에서 교통 체증이 일어나고, 시내에서의 도로 주행 속도 또한 크게 떨어졌다. 교통 체증이 심한 곳일수록 오토바이는 자동차보다 그 지역을 빠져나가는 데 유리하다. 보도나 중앙선을 가리지 않고 요리조리 비집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오토바이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인구 대비 교통사고 사망률 세계 최고 수준의 오명을 안겨 준 주범이 바로 오토바이다.

오토바이는 캄보디아 서민의 발이자 입이다. 이동 수단을 넘어 생계를 책임지는 도구이기도 하다. 자기 차가 없어도 교통 카드 하나만 있으면 별 문제가 없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오토바이 인명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오토바이 운전자의 안전모 착용을 지속적으로 단속해 오고 있었는데 지난해부터는 동승 탑승자의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 했다. 차량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주요 간선도로에 중앙 분리대가 설치되면서 오토바이의 주행 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캄보디아의 오토바이는 갈수록 힘겹다. 서민들의 삶과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