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길의 캄보디아 경제 리포트] 캄보디아 금융 시스템 혁신과 도전: 2024년 종합 분석

기사입력 : 2025년 0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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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분석은 캄보디아 중앙은행(National Bank of Cambodia) Financial Stability Review 2024년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요: 디지털 전환의 선두주자, 캄보디아

캄보디아가 동남아시아 금융 혁신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현금 기반 경제에서 디지털 결제 시스템으로의 급속한 전환, 견고한 경제 성장률 유지, 그리고 금융 포용성 확대를 통해 지역 내 독특한 발전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2024년 중앙은행 금융안정성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디지털 혁신과 금융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거시경제 성과: 동남아 최상위권 성장률 달성

캄보디아는 2024년 6.0%의 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동남아시아 주요국 중 상위권 성과를 달성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 경제 회복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관광업의 급속한 회복세가 두드러지는데, 2024년 국제관광객 수는 670만 명으로 전년 대비 22.9% 증가했다.

이는 2019년 코로나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44억 달러를 기록하며 투자 매력도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 부문의 투자가 56.9% 급증한 것은 캄보디아가 단순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금융 시스템 안정성: 국제 기준 상회하는 건전성

캄보디아 은행 부문의 건전성 지표는 국제 기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 199.4%(최소 기준 100%), 자본적정성비율 22.3%(최소 기준 8%)로 충분한 안전 마진을 확보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 불안정성에 대한 높은 저항력을 의미하며,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 능력을 보여준다.

예금 증가율 16.8%는 국민들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증가를 반영한다. 다만, 부실채권(NPL) 비율이 일부 업종에서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호텔·레스토랑 업계의 부실률이 11%에 달해 관광업 회복 과정에서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이는 경제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적절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캄보디아 금융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높은 달러화 의존도다. 전체 대출의 87.9%가 달러로 이루어져 있어 환율 변동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통화정책의 독립성 제약과 금융 안정성 리스크를 동시에 내재하는 구조적 과제로 남아있다.

 

디지털 금융 혁명: 바콩 시스템의 성공 신화

캄보디아의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디지털 금융 혁신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바콩(Bakong)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결제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24년 디지털 거래 규모는 594.9조 리엘(약 1,487억 달러)에 달했으며, 거래 건수는 6억 610만 건을 기록했다.

이는 인구 1,690만 명 대비 1인당 연간 35건 이상의 디지털 거래를 의미하며,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QR코드 결제는 627.6조 리엘(약 1,569억 달러) 규모로 성장해 길거리 노점상부터 대형 마트까지 전방위적인 디지털 결제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전자지갑 보급률이 인구를 초과하는 1,990만 개에 달해 다중 지갑 보유가 일반화되었다. 이는 금융 서비스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음을 의미하며, 특히 농촌 지역과 저소득층의 금융 포용성 증가는 포용적 성장의 중요한 지표로 평가된다.

 

자본시장과 보험업: 다각화되는 금융 생태계

캄보디아 증권거래소(CSX)의 투자자 계좌 수가 58,542개로 21.9% 증가했다. 절대 규모는 여전히 작지만, 일반 국민들의 자본시장 참여 확대는 금융 시장의 다변화와 깊이 있는 발전을 위한 기초를 마련하고 있다.

보험 부문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총 보험료 규모는 1.45조 리엘(약 3억 5천만 달러), 총 자산은 5.0조 리엘(약 12억 달러)로 리스크 관리 의식의 확산을 보여준다. 이는 중산층 확대와 함께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금융 시장의 성숙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평균 2% 하락한 것은 과열 조짐을 보였던 시장의 건전한 조정으로 평가된다. 특히 프놈펜의 콘도미니엄 시장에서 가격 조정이 이루어지며,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가 현실적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다.

 

정책 과제와 미래 전략

단기적으로는 부실채권 관리 강화와 금융기관 스트레스 테스트 확대가 시급한 과제다. 관광업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조정을 원활히 지원하면서도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는 균형점 찾기가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달러화 의존도 감소를 위한 리엘화 사용 확대가 핵심 과제다. 바콩 시스템을 활용한 리엘 결제 인센티브 확대와 함께,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메콩강 유역 국가들의 금융 허브로 발전하겠다는 비전 하에, 국경 간 결제 시스템 확장과 지역 금융 통합을 통해 지정학적 위치를 금융 경쟁력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결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과제

캄보디아의 2024년 금융 성과는 디지털 혁신과 금융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 잡힌 접근법의 성공을 보여준다. 6.0%의 높은 경제 성장률, 국제 기준을 상회하는 금융 시스템 건전성, 그리고 혁신적인 디지털 결제 생태계 구축은 개발도상국 금융 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225억 달러로 7개월 수입을 커버할 수 있는 안전성을 확보한 상황에서, 캄보디아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의 전환점에 서 있다. 달러화 의존도 문제와 일부 업종의 부실채권 증가 등 구조적 과제 해결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다. 2025년 이후의 정책 실행력이 이 작은 동남아 국가의 금융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 박천길
現 CHOKCHEY FINANCE
Micro-Finance 대표.
한신공영㈜ 전무
삼성/현대/CJ에서 마케팅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