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이리 뜯기고 저리 뜯기고

기사입력 : 2016년 11월 04일

캄보디아 여성과 국제결혼을 하기 위해서 캄보디아의 행정 절차를 밟는 분들의 고민과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는 곳마다 뒷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 액수도 적지 않다. 서류를 떼거나 혼인에 따르는 절차를 진행하는 데 적게는 몇 십 달러에서부터 몇 백 달러까지 뒷돈을 요구한다고 한다. 요구하는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일이 제 때에 처리되지 못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수수료가 얼마인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담당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프놈펜에서 손수 차를 몰고 다니는 분이라면 경찰에게 돈을 뜯겨(?) 보지 않은 분이 별로 없을 것이다. 경미한 위반이라 할지라도 운전자가 외국인인 것을 알면 최소한 10달러를 달라고 한다. 사정을 하거나 흥정을 해서 5달러쯤 내고는 많이 깎았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 분이 있겠지만, 캄보디아 사람이라면 2,3달러 이상 주지 않는다. 얼마를 받든 경찰이 영수증을 끊어 주는 일이 없으니 교통 위반으로 받는 돈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짐작이 간다.

캄보디아에서 사업을 하는 분중에는 공무원들의 뒷돈 요구에 난망한 경우를 안 당해 본 분이 별로 없을 것이다. 세금이든 벌과금이든 규정된 액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내는 경우는 흔히 있다. 시급을 다투는 일이라면 급행료가 필요하고, 법규를 벗어나는 일이라면 공무원의 밥(?)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국제간의 물류 이동에 따른 관세나 통관 수수료에도 상당한 뒷돈이 붙는다고 한다. 이런 일이 외국인에게만 해당될까?

외국 유학을 준비하는 캄보디아 학생의 여권 발급을 도와준 일이 있었다. 학생을 데리고 여권 발급 기관을 찾아갔다. 본인이 직접 여권 신청을 하면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해서 미리 발급을 도와줄 사람을 정하고 현장에서 약속한 사람을 만났다. 그가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제복을 입은 공무원 몇 명이 앉아 있는 사무실. 거기서 준비해 간 서류를 받고 신청 양식을 작성한 다음 발급에 필요한 비용을 받고는 여권 접수창구로 학생을 데리고 갔다. 1시간 반쯤 후에 여권 신청 절차를 끝내고 돌아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여권 발급을 도와준 사람은 공무원이 아니라 공무원 밑에서 일하는 브로커였다. 행정 기관 안에 이런 브로커가 여러 명 있어서 이들이 여권 신청을 대행해 주고 일정액의 돈을 챙기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공식적인 수수료를 제외한 돈을 공무원과 브로커가 나눠 갖는 구조였다. 여권 발급 기관 안에서조차 내놓고 뒷돈을 챙긴다는 것이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지만 캄보디아의 현실은 이렇다.

프놈펜 시내에는 주간에 대형 트럭이 다닐 수 없다. 그렇지만 대낮인데도 시내에 트럭이 지나다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돈만 내면 무사통과다. 길목 곳곳에 경찰이 지켜 서 있다가 트럭이 다가오면 경찰이 운전석 옆으로 걸어가서 운전자가 차창 밖으로 내미는 돈을 받는다. 얼마를 주는지는 모르지만 당연히 영수증 같은 것은 없다. 법규를 만들어 놓고 돈을 받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런 사례는 사회 전반에서 폭넓게 깔려 있다. 관공서에서 서류 한 통을 떼도 수수료 이외의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 흔하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런 일에 익숙해서 별로 불평하지 않는다.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가진 사람들에게 이리 뜯기고 저리 뜯기면서 묵묵히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