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캄보디아와 오토바이

기사입력 : 2012년 08월 24일

 

캄보디아의 아침은 오토바이 소음으로 시작된다. 일터로 나가는 사람이나 학교에 가는 학생 대부분이 오토바이에 의지해서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150만 명 이상이 몰려 사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조차도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가 없다. 그래서 자동차가 없는 집에서 일을 보러 밖에 나가려면 오토바이를 이용해야 한다. 자신이 직접 모는 오토바이건 요금을 내고 타는 오토바이건 오토바이는 캄보디아 서민들의 발이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한 집에는 오토바이가 한두 때쯤 있다.

아이 다섯 명이 학교에 다니는 한 캄보디아 가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오토바이 두 대가 늘 바쁘게 움직였다. 아이들 엄마와 이모가 학교 선생님인데 둘이 역할을 분담해서 아이들을 학교에 태워다 주고 태워 오고, 자신들이 학교에 나가거나 시장에 가는 등 오토바이를 모는 일로 하루 생활이 빡빡했다. 어떤 때는 등하교 시간이 겹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오토바이를 내주고 어른들은 모토(요금을 내고 타는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하기도 했다. 오토바이 두 대가 승용차 두 대 몫을 너끈히 하고 있는 셈이다.

캄보디아에서 오토바이는 단지 이동 수단에 머무르지 않는다.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오토바이는 매우 중요한 생계 수단이기도 하다. 요금을 내고 사람을 태워 주는 모토와 툭툭이(오토바이 뒤에 수레를 달아 사람을 태우는 교통수단) 운전으로 먹고 사는 남자의 숫자는 단일 직종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오토바이에 각종 먹을거리나 물건을 싣고 다니며 파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봉제공장 근처에는 오토바이에 커다란 수레를 달아 한꺼번에 이삼십 명의 공원들을 싣고 다니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오토바이가 많다 보니 오토바이 사고도 자주 일어난다. 오토바이끼리 부딪혀서 일어나는 사고는 흔히 볼 수 있고 가끔은 차량과 부딪혀서 큰 사고가 되기도 한다. 오토바이 사고가 교통사고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에서는 오토바이 사고를 줄이기 위해 여러 수단을 쓰고 있지만 오토바이 사고는 오히려 느는 추세다. 몇 년간의 지도 단속으로 오토바이 운전자의 헬멧 착용과 백미러 부착은 어느 정도 정착됐지만, 근본적인 부분의 문제점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오토바이 운전자의 90% 이상이 무면허라고 한다. 또, 나이에 별로 구애받지 않고 오토바이를 몰고 다닌다. 오토바이 한 대에 두세 명이 타는 것은 보통이고 너댓 명이 타고 가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운전자 헬멧 미착용은 단속 대상이지만 뒤에 타는 사람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면허도 없고 별다른 안전 교육도 없이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니까 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이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다. 대체 이동 수단 없이 오토바이를 규정대로 단속하면 당장 국민 생활이 안 되기 때문에 손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프놈펜 시내의 차량 제한 속도는 시속 40km다. 요즘은 교통체증이 심해져서 평균 주행 속도는 30km가 채 안 된다. 그렇지만 오토바이는 자동차보다 더 빠르다. 차량들 사이사이 공간만 생기면 살살 빠져나가면서 달리기 때문이다. 교차로에서의 신호 위반도 다반사고 역주행도 흔하다. 그래서 프놈펜에서 운전을 하려면 늘 오토바이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오토바이와는 차선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토바이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니 약자를 배려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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