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빈 선풍기가 도는 이유

기사입력 : 2011년 09월 17일

 남학생 기숙사에서 선풍기 세 대를 압수했다. 벌써 몇 번째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되는 일이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기숙사 학생들에게 두세 명당 한 대꼴로 선풍기를 나눠 주었다. 가끔 방안을 점검하러 들어가는데 사람은 없이 빈 선풍기가 돌아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있다가 끄지 않고 그냥 밖으로 나가서 생기는 일이다. 빈 방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선풍기까지 혼자 돌아가고 있으면 은근히 부화가 난다. 더욱 화가 나는 일은 그 옆에서 다른 선풍기를 끼고 앉아 있는 학생들이 옆에서 빈 선풍기가 돌고 있어도 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거 뭐예요? 사람이 없는 걸 알면 꺼야지!” ”저는 몰라요. 걔가 끄지 않고 나갔어요.”  ”빤히 보이는데 이렇게 놔 주면 돼요?”
 
 귀가 아프도록 잔소리를 해도 잘 고쳐지지 않아서 얼마 전부터는 문제가 생길 경우 선풍기를 3일 동안 회수하기로 학생들과 약속했다. 선풍기 없이 더위에 땀 좀 흘려 봐야 신경 써서 주의를 기울일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렇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여전히 같은 일이 되풀이돼서 답답하다.
 
 선풍기뿐만이 아니다. 툭 하면 변기가 막히고 이것저것 깨지고 부셔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출입문 손잡이는 성한 게 별로 없다. 고치다 고치다 포기했다. 기숙사 안 벽면은 거대한 낙서판으로 변했다. 온갖 한국어 단어로 가득 차 있다. 페인트를 칠해서 단장을 해 줄까 하다가 그냥 내버려 둔다. 다시 낙서판으로 변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가끔 기숙사 내부를 청소해 주지만 침상 밑이나 통로 바닥이 금세 쓰레기와 먼지로 덮인다. 코앞이 쓰리기장으로 변해도 누구 하나 치울 생각을 않는다. 옆에 있는 학생을 닦달해서 치우게 하지만 그때뿐이다.
 
 왜 그럴까? 캄보디아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는 의식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개인주의적 사고가 강한 편이다. 남을 간섭하려 하지 않고 남의 간섭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옆에 쓰레기를 버려도 말하지 않고 남이 버린 쓰레기를 내가 치우지도 않는 것이다. 빈 선풍기가 옆에서 돌고 있어도 그것은 그 사람의 일이니 나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공동 시설을 함부로 다뤄도 내 책임이 아니니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다. 옆집에서 밤새도록 개가 짖어대도, 음악을 쾅쾅 틀어대도 별로 불평을 하지 않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의식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개인주의를 말하자면 서구인을 따를 수 있을까? 그렇지만, 권리와 의무를 수반으로 하는 서구인의 개인주의와 캄보디아 사람들의 다분히 이기적인 개인주의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산업화가 가속화될수록 계약 관계의 법칙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사람과 사람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되는 일이 잦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는 공중도덕이 필요하고 조직생활에서는 규율이 중시된다. 그러나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런 생활에 익숙하지 않다. 질서 의식이 낮고 조직 문화에 서투르다. 끊임없는 계도와 교육이 필요한데 그런 노력은 미미하다. 주인 없이 혼자 돌아가는 선풍기 압수 사태(?)가 언제쯤 멈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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