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게임의 법칙

기사입력 : 2013년 07월 08일

● 고스톱을 치다보면 자주 남의 패를 힐끗힐끗 하게 된다. 남의 패를 아는 것만큼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없다. 그리고 절대로 자신의 패는 들켜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게임이란 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삼팔 따라지를 잡고도 이길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이 자신이 든 패를 예측하지 못했을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나같은 초자들은 뭐 좋은 패가 들어오면 자신도 모르게 빙그레 표정이 바뀌고 먹을 것이 없으면 죽상이 된다. 그래서 포커 패이스란 타자들에게는 필승의 필요충분조건인 것이다.

● 느리고 답답해 보여도 국민은 알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알아버린다. 노무현 정권은 거의 자기파괴적인 경지에 이를 정도로 탈권위주의적인 행태를 보여주었고, ‘진보의 수사학’을 구사했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편’이 아닌가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정권은 뭐라 말할 수도 없는, 하늘이 무서운 일들을 거리낌 없이 해치우고 있다. 심지어 당대표를 지냈던 양반이 국가기밀로 30년간 아무도 보지 못하게 했던 기밀서류를 선거 유세때 읽어 내렸다고 한다. 이 정도 되면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없으랴?

● 덕분에 국민들이 아주 똑똑해지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MB정부가 무서운 정부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정말 약과다. 아주 갈 데까지 간 것 같다. 무서운 것도 보이는 것도 없고… 정말 이런 세상 처음 보았다. 확실히 이 나라가 ‘당신들’과 거기 끼지 못하는 ‘우리들’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애초에 세상이 그리 되어있다는 것쯤 알고는 있었지만, 당신들과 우리들 사이에 원래 있던 ‘저 바다’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바다이고, 이제 그 바다에서 쓰나미가 일어 우리를 덮치려 한다는 것을 이 정권의 정책과 인사를 통해 확실히 알아가고 있다. 아직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싶어서 모르는 것이고, 알 사람은 다 안다.

● 2차 세계대전 중 전쟁 당사국들을 전전긍긍하게 했던 정보를 빼돌렸던 희대의 여간첩 마타하리. 그런 마타하리급 여간첩이 검거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엄청난 마타하리급 여간첩이 북한에 보낸 극비 정보가 겨우 위관급 장교의 이름과 이 메일 주소 정도고, 또 조금만 인터넷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에서 누구나 취득할 수 있는 정보라고 한다. 죽은 마타하리가 너무 억울해 당장 벌떡 일어날 지도 모른다. 왜 그랬을까?

● 그런데‘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면 스스로 당하는 법이다. 무지랭이들도 눈이 있고 귀가 있는 법이다. 꾀많은 사람들도 때로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질르는 수가 있고, 그 사소한 것 하나가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그래서 옛말에 ㅅ악한 자가 선한 자를 이길 수가 없고 머리 좋은 놈이 착한 몸을 이길 수 없다는 명언도 있다.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조그마한 권력을 조자룡 헌칼 휘두르 듯 하면 그 칼날이 자신에게 오는 법이다./정 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