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아재의 펌프이야기] 스포츠로서의 펌프잇업

기사입력 : 2025년 08월 20일

펌프아이콘_칼라

*인터넷 용어가 좀 들어갔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7년 동안 캄보디아에서 펌프를 뛰다 보니, 펌프를 뛰는 것을 알게 된 비슷한 연배의 분들을 몇 분 알게 되었다. 그 분들이 내가 펌프를 뛰는 것을 아는 분들이 내게 종종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그렇게 뛰는데 왜 살이 안 빠져요?”

라고 물어보시지만, 오히려 얘기를 좀 더 해보면

“그렇게 야식을 드시는데 살이 안 찐다구요?”

라고 질문이 바뀌게 된다. 그마저도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야식도 끊어서 현재는 3달 전보다 7kg 정도 체중을 감량했다. 사실 이것도 코비드에 3번 걸린 이후 살이 잘 안빠지게 되어서 이 정도이지, 코비드 걸리기 이전에는 작정하고 뛰면 야식을 먹으면서도 한 달에 4-5kg 정도 감량이 되었던 걸 생각해 보면, 확실히 펌프가 좋은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생각해 보니, 펌프가 처음 나온 1999년과 2025년에는 펌프로 살이 빠지는 이유가 조금 다르긴 하다.

2000년 초반만 해도, 펌프는 스포츠라기 보다는 춤을 추는 게임이었다. 그 때는 화살표의 밀도가 그리 높지도 않았고,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춤을 출 것을 고려하여 제작된 채보였기에, 스탭을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보다는, 큰 동작, 멋진 춤으로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더 좋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기 위해 똑같이 올라오는 화살표를 다른 무브로 밟겠다고 독창적인 무브를 만들려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아이디어를 짜내려고 안간힘 써봤을 것이다(사실 내가 그랬다 ㅋㅋㅋ). 이 때는 춤으로 살을 뺐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런데, 대부분의 리듬게임들이 다 그렇듯(격투게임과 슈팅게임도 마찬가지다.), 매니아들은 점점 더 어려운 곡을 도전하길 원한다. 더 어려운 곡이 나오지 않으면 ‘아, 이 게임 노잼, 할 거 너무 없네, 컨텐츠가 부족하네…’ 등의 불평을 늘어놓기 일쑤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돈을 쓰는 매니아층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기 위해 점점 더 어려운 곡들을 내놓으며 계속해서 시간이 지나니,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곡들이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제 펌프로 살을 뺐다면, 더 이상 춤이 아니라, 얼마나 더 빠르면서도 정교하게 올라오는 빽빽한 밀도의 화살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로 메타가 옮겨간 것이다.

채보의 난이도가 상승함과 동시에, 점점 더 빠른 스텝을 더 긴 시간동안 정확하게 밟는 것에 집중하며 발전했고, 펌프의 최신작인 펌프잇업 피닉스에서는 판정의 정확도에 따라 100만점 만점에서 점수를 차감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게 되었다. 기존의 시리즈와는 전혀 다르게, 판정이 더 좋은 사람이 이기도록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치게 된 것이다. 이제 정말 명실상부한 ‘e-sports’로의 면모를 보이게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전까지는 조금은 남아있던 댄스 시뮬레이션 게임의 모습이 완전히 스포츠로 장르를 바꿔버린 것이다.

펌프의 스포츠로서 장점을 몇 가지 나열해 보자면, 첫째로는 한 곡이 끝나는 즉시 판정과 콤보 등에 따라 실시간으로 점수가 책정되어, 펌프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 곡이 끝나고 나오는 결과창을 보고 어느 플레이어가 이겼는지 바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발판의 컨디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이론상으로는 어떠한 심판의 편파적인 개입 없이, 더 정확하게 밟은 사람이 더 높은 점수를 얻는, 꽤나 공정한 시스템이 이미 도입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둘째, 펌프잇업은 의외로 온라인 게임이다. 그래서 온라인 매치 모드로 들어가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플레이어와 실시간으로 겨루는 것이 가능하다. 곡을 플레이하는 중간에 상대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콤보를 잇고 있는지, 아니면 콤보가 끊기고 미스나 배드가 났는지도 알 수 있으며, 그 곡이 끝나는 즉시 바로 결과를 알 수 있기에 매치를 하는 선수 입장에서도, 매치를 관전하는 입장에서도 직관적으로 상황과 결과를 알 수 있음이 큰 매력이다. 정말 21세기에 걸맞은 ‘e-sports’인 셈이다.

셋째, 의외로 펌프잇업은 매우 안전한 스포츠이다. 다른 운동들과 비교해 설명해 보겠다. 예를 들어, 달리기를 하다가 힘이 들어 멈추고 싶어도 바로 당장 멈출 수 없다. 바로 멈췄다가는 그대로 넘어지며 크게 다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펌프는 안전봉을 정확한 자세로 파지하고 있다면, 그냥 하다가 힘이 들어 멈추면 게임은 끝날지 몰라도, 그 자리에서 멈춘다고 갑자기 몸이 급격히 쏠린다거나, 크게 넘어질 일은 없다. 그냥 거기서 멈추게 되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다른 운동들과 비교해서 매우 안전하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펌프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여전히 더 많은 레벨 수정이 필요하지만) 해당 레벨별로 그 레벨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해당 레벨의 곡을 Stage-pass 했다는 것이 해당 레벨 고유의 패턴을 극복했다는 증명이 될 수도 있다. 사람마다 체격적인 조건도 상이하기에, 그 사람의 피지컬에 따라 그 패턴을 극복하는 방법도 다르기에, 해당 패턴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관찰하는 것도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된다. 또한 플레이어는 자신의 실력이 늘었는지를 해당 패턴 극복의 유무로 판단할 수 있으며, 특정 레벨을 패스할 때 얻는 타이틀을 통해 다음 레벨을 향한 동기부여 또한 계속해서 받게 된다.

올해 2월에도 CPF2025가 열렸고, 점점 더 뛰어난 수준의 플레이어들이 대회에 참가하였고, 세계 챔피언인 FEFEMZ님을 게스트로 초청함으로 캄보디아를 넘어 아세안(ASEAN) 펌프대회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펌프의 종주국인 대한민국의 KPF와, 세계 최대의 펌프잇업 대회인 Big-One Series를 보면서 더 큰 꿈을 꿔본다. 앞으로도 펌프가 단순한 게임이 아닌, 진짜 e-스프츠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는 펌프가 되길 소망해 본다.

글 이재호
사단법인 조이풀에듀앤호프 캄보디아 지부장
CPF Series(Cambodia Pump it Up Festival) Organiz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