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타향에서 살아가는 마음

기사입력 : 2013년 04월 29일

타향이 아무리 좋아도 고향만큼 할까?

아침저녁으로만 조금 서늘한 바람이 불고 대낮에는 펄펄 끓는 날씨에 혼비백산하는 4월 말이다. 한국의 더위가 아무리 덥다 해도 캄보디아에 비할까? 그래서인지 한국의 가을 날씨가 그립고, 한국의 그 어는 것과 조금이라도 비슷해지는 요즘이면 누구라도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비어 절로 처연해지는 계절이다.

이럴 때 들려오는 친구의 운명소식은 폐부를 찌르는 비수만큼이나 아프다.
그렇다고 뻔히 다 아는 빠듯한 캄보디아 생활에서 세상사를 다 챙기기에는 마음도 주머니도 시원찮다. 나이 60을 바라보는 그리 많이 산 나이도 아니건만 이렇게 이역만리에서 말없이 가만히 쭈그리고 앉아서 보내야 하는 마음이 너무나 힘이 드는 구나.

한 가지에서 난 혈육은 아닐지라도 같이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한 가지에서 난 혈육보다 더한데… 그런데 이렇게 헤어지고 또 보내고 하는 게 어쩌면 나에게만 이런 불운이 넘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다른 사람도 다 그러련만.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못된 인간이다.
멀리 있는 친구는 이렇게 살갑게 굴고 여기서 새로 만나 인연이 쌓인 사람들은 시시로 뒤에서 씹어대기만 하니 심성이 참 놀부 저리가라다. 언제나 위만 바라보고 누가 나에게 잘해주기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세월이었다. 언젠가 철이 들어 이제는 마음을 베풀고 살아야지 하면서도 베풀지 못하고 살아가는 나다. 참 마음이라는 게 요물이다.

벌써 13년이다. 이곳에 온 지도…
그래서인지 캄보디아가 한국보다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온다. 다른 사람하고 특별한 것도 없는 이국생활이지만, 조금이나마 마음을 곱게 쓰고 주변을 돌아 봐야지 생각을 한다. 그래 이번 주일에는 고아원을 가야지. 그냥 과자부스러기 조금 사들고 찿아 가 그냥 머물다가 와야지.

처음에는 우리가 그들을 위로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서 위로받고 그리고 뉘우친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위로할 수 있고, 우리가 보듬을 수 있고 그리고 우리가 조금이나마 도와 줄 수 있는 나라 – 캄보디아에서 나는 이제까지 무엇을 하고 살았던가? 오만에 빠진 비게덩어리는 아니었던가?

얼마 전 한국에 잠시 갔었다. 놀란 것은 예전과 달리 캄보디아를 달리 보고 있었다는 것. 그러니 이제는 우리가 용기를 내어 열심히 살아야 한다. /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