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토끼의 지혜

기사입력 : 2013년 03월 25일

▶ 캄보디아에 온 지 13년이 된다. 그래서 이제는 캄보디아에 대해 뭔가를 알아야만 할 것 같은데도 도저히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 중에 가장 힘든 것이 캄보디아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그냥 문화적 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외국인의 눈에 비친 것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니 자네가 해보라는 투의 헛소리를 한다. 지난 호에 게재한“ 캄보디아인들은 왜 자꾸 속일까?” 라는 몇 년 전 글에 대해 몇몇 분이 문의를 해왔었다. 그래서 또 옛날 글을 게재한다. 참고하시길…

▶ 캄보디아 초등학교 교과서에‘쏘피어 또은 싸이’라는 전래동화가 실려 있다. 우리말로 한다면 토끼의 지혜 정도. 그런데 그 내용이 우리의 사고하고는 전혀 다르다. “어느 날 토끼 한 마리가 바나나를 먹고 싶어했다. 그 때 토끼는 할머니가 머리에 바나나 바구니를 이고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토끼는 그것을 보고 길에서 죽은 척을 했다. 할머니가 기분이 좋아 죽은 토끼를 바나나 바구니에 넣었다. 토끼는 바구니 안에서 바나나를 다 먹어 치우고, 바구니에서 나와 숲 속으로 도망쳤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면 토끼가 바나나를 먹고 싶어 죽은 체해서 바나나를 실컷 먹었고 그것이‘지혜’라는 것이다. 우리 같으면 할머니를 속여 먹은‘천하에 나쁜 토끼’인데 말이다. 그리고 이 동화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으니 좀 지나치게 말하면, 이런 자세가 살아가는데 좋다 뭐 그런 것 아니겠는가?

▶ 이 전래동화 말고도 캄보디아에는 이와 유사한 메세지를 던지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캄퐁 참을 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프놈 쁘록과 프놈 쓰라이 산이 있다. 이 산에 얽힌 이야기는 캄보디아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다. 결혼을 앞둔 여왕이 있었다. 그 여왕은 자신이 원하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남자가 여자를 고르는 시대였기 때문에 여왕은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남자와 여자가 해가 넘어가기 전까지 산 쌓기 시합을 해서 이기는 쪽이 배우자를 고르는 권한을 갖기로 결정했다. 시합이 시작되자 힘이 센 남자들이 훨씬 더 빨리 산을 쌓았다. 그리고 해는 산을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남자들은 시합을 이겼다고 생각하고 술을 마시고 잠을 잤다. 그러나 여자측은 횃불로 가짜 해를 만들어 하늘에 걸어 남자들을 속이고 밤새 산을 쌓아 이겨 캄보디아에서는 여자가 남자를 고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 캄보디아는 우리와 같은 유교권의 문화가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순간의 모멸은 문제가 안 돼는 임기응변적 사고가 골수 깊이 박혀 있다고 보는 것이 좋다. 하기야 생각해 보라. 앙코르제국이 망한 후 이 땅이 타이와 베트남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남았겠는가? 그래서 이들의 속마음이 오싹해진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거짓도 용인되는 사회. 캄보디아가 이런 사회이다. /정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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