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 비즈니스 인사이트 : 캄보디아에는 뭐가 있는데요?] 14화 HRM 간편식 시장의 성장

기사입력 : 2021년 03월 29일

Phnom Penh Business Insight : HRM 간편식 시장의 성장

지난 호에 이어 이번에도 역시 먹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호에서는 배달 시장에 대해서 비지니스 인사이트를 살펴보았는데, 이번 호에는 가정간편식 HMR (Home Meal Replacement)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드릴까 합니다. 제가 캄보디아에 거주할 당시에는 한인마트에 가서 여러 종류의 HMR 제품들을 구매하여 요리해먹는 것이 가장 큰 락 중의 하나였습니다. 설렁탕, 된장찌개, 낚지볶음밥 등 이러한 HMR 제품들을 잔뜩 사서 하나씩 요리해 먹을 때마다 어쩜 이렇게 집에서 직접 요리해먹는 것이랑 큰 차이가 없이 잘 만들었을까라고 감탄을 했습니다. 이후 한국에 들어왔더니 저런 가정 대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RMR (Restaurant Meal Replacement)라고 아예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메뉴를 그대로 제품화하여 집에서도 간편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간편식 문화가 크게 발전을 했습니다.

 

# 간편식의 발달 이유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음식을 해 먹을 때는 조리 과정을 위한 여러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메뉴선정, 식재료 구입, 식재료 손질, 조리, 섭취, 정리’이 일련의 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 과다한 비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아, 물론 이러한 과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즐거움, 즉 요리의 즐거움이라는 장점도 빼먹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젊은 독신 가구와 노인 가구 등 1인, 2인 가구의 증가와 시간에 쫓기는 사회 문화 등의 기본적인 사회 변화에 따라 일반 조리 과정에서의 노력과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는 욕구가 HMR 제품들이 활발하게 나오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음식 재료들이 이미 손질되어 있고 또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이미 조리 또는 가공이 되어 있다보니 그대로 먹거나, 아니면 데우기만 한다던지 간단한 과정만 거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바로 HMR 제품들입니다.

이러한 사회적인 필요에 더불어 코로나라는 질병은 역시 HMR 시장의 급격한 발전을 재촉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사람들이 외부 생활을 극도로 꺼리면서 HMR 제품들의 구매가 급격히 늘어났고, 레스토랑 업주 차원에서도 손님이 줄어들면서 본인들의 메뉴를 배달 시장으로 돌리는 것에서 나아가 HMR 상품으로 내놓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지요.

circle-k-bak-tuk copy▲ 미국에 본사를 둔 월드프렌차이즈 Cicle K 캄보디아 내부

# 생각지도 못한 사업 기회

HMR 제품들의 인기가 계속됨에 따라 이제는 이러한 HMR 제품들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업체들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회사들은 전국의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그 맛집의 레시피를 가지고 메뉴를 만들어 온, 오프 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면서 수익을 올립니다.

저는 여기서 전통적인 식당 운영 방식으로는 생각지도 못한 사업 기회가 또 다시 나왔다는 것에서 또 한번 놀랐습니다. 간단하게 설명 드리자면, HMR 기획 및 생산하는 업체는 여러 맛집과의 제휴 과정에서 계약을 통해 레시피를 받고 HMR 제품을 판매할 때마다 맛집 (레스토랑)에게 제품 판매 단가의 몇 프로를 로열티로 지급합니다. 본인 식당 메뉴 제품들이 많이 팔릴수록 식당 주인이 받아가는 로열티도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식당이라는 것은 한정된 지역에서 그 지역의 거주 고객들이 주 수익원이 되는데, HMR 제품이 출시되면서 전국의 구매자와 해외의 구매자까지 자신의 메뉴가 소개되고 이에 대한 추가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한 떡볶이 가게는 20평의 작은 매장만 운영중인데 HMR 떡볶이 제품이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에 월 10만개 이상이 팔린다고 합니다. 여기서 이 가게는 로열티로 한달에 2천만원 이상의 수익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20평의 매장에 떡볶이를 팔아서 올리는 수익보다 HMR 로열티 수익이 더 커져버린 상황입니다. 전통적인 식당의 운영 방식으로는 생각하지도 못한 수익이지요.

 

# 캄보디아에서의 HMR 사업 가능성은?

캄보디아에서의 비지니스 인사이트를 드리는 관점에서는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한번 살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우선 유통에 대한 부분입니다. 작년에 만났던 편의점 브랜드인 세븐일레븐 캄보디아 대표와의 미팅에서 대표는 자사 편의점에서 판매할 물건이 다양하지 못하다라는 고민을 토로 하였습니다. 실제로 이미 편의점 사업을 하고 있는 Cirkle K의 경우, 몇 번을 가봐도 음료수 정도 외에는 도무지 사고 싶은 상품들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다양한 먹거리가 펼쳐져 있는 한국의 편의점은 둘째로 치더라도, 이웃국가인 태국과 베트남의 편의점에 비하면 정말로 먹을 꺼리가 없는 곳이 캄보디아의 편의점입니다. 몇 몇 제품은 수입을 통해서 채울 수 있겠지만 원가와 유통기한 측면에서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두번째는 생산에 대한 부분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HMR 제품들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공통적인 하소연이 생산 단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점입니다. 제품들간의 경쟁이 심해짐에 따라 가격 하락에 대한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생산 단가까지 올라가다보니 생각보다 제품 판매 마진이 그렇게 좋지는 못하다고 합니다. 이러다보니 HMR 생산업체들이 해외로 생산 공장을 옮길려는 움직임들이 매우 활발합니다.

캄보디아도 결국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중산층의 성장, 소득 증대, 생활습관의 서구화 등이 겹쳐 작용하면서 소비 문화에서 많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 제품들을 캄보디아 시장에 공급해볼 수도 있고,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HMR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비지니스 인사이트를 던져드리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글 이창훈 현대아그로 법인장 겸 현대종합상사 캄보디아 법인장 한캄상공회의소(KOCHAM) 청년위원

글 이창훈

전 현대아그로 법인장
현대코퍼레이션그룹 사업개발담당
블로그 : cambizinsight.blogspo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