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의 설법을 기념하는 날 미윽 보찌어

기사입력 : 2013년 0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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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는 공휴일이 참 많다. 소위 ‘빨간날’이라 불리는 국가공휴일 뿐만 아니라 중국계 명절인 설날과 추석, 발렌타인데이, 크리스마스 또한 준명절처럼 기념하고 있으니 마치 일 년의 절반 정도가 휴일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념일들이 워낙 이렇게 많다 보니 캄보디아 사람들조차도 각 휴일이 어떤 날인지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올해 2월 25일 또한 ‘미윽 보찌어’라고 하는 국가 공휴일인데 이날의 뜻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날은 불교 월력으로 3월 정월이며 보통 양력 2월 중에 있다. 이 날은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와 같이 소승불교를 국교로 삼고 있는 나라에서 ‘뷔삭 보찌어’(부처서거일) 다음으로 중요하게 기리는 불교 관련 휴일이다. 이날은 부처가 월력 3월 정월에 행한 설법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국에서는 이날을 승가일(僧家日, 달마(불교의 법)를 기념하는 날)이라고 한다.

미윽 보찌어는 지금으로부터 약 2,500여년 전부터 기리기 시작했다. 이날은 부처가 해탈에 경지에 이르고 나서 정확히 9개월이 된 날이라고 하는데 이날 경이로운 일이 동시에 발생했다. 이날은 보름달이 떴고 사전에 아무 연락을 받지 않는 1,250명의 동시에 모여 부처의 설법을 듣는 장이 열렸다. 이날 설법은 사상 최대의 설법이자 부처의 마지막 설법으로 기록됐으며 불교의 틀이라고 하는 기본 교리가 생겨났다. 이날 부처는 ‘악을 피하라, 선을 행하라, 마음을 정결히 하라’라는 세 가지 가르침을 내렸다. 이날은 부처가 자신이 입멸할 날을 예언한 날이기도 하다. 부처는 자신이 예언한 대로 3개월 후에 서거했으며, 이 부처서거일이 캄보디아 국가공휴일 ‘뷔삭 보찌어’이다.

오늘날 ‘미윽 보찌어’는 수많은 승려와 불교신자들이 사원에 모여들어 불상에 기도를 드리고 공양을 하는 화려한 행사로 변모했다. 이날은 모든 관공서가 쉬고 주요 불교 인사들은 우동산의 사원에서 진행되는 행사에 참석한다. 프놈펜에서 40여 킬로 떨어진 우동산에는 부처의 성골을 모신 불탑이 있다. 이날 행사에는 수 백 명의 승려가 의식에 참석하며 향, 초, 연꽃 줄기 등을 손에 들고 기도한다.

이날 불교 신자들은 수 백 명의 승려들과 함께 공덕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 이곳에서 와서 마음을 정결히 하고 선을 쌓는다. 지방에서도 집 주변 사원을 찾아 부처와 부처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그동안 어겨왔던 불교의 교리인 ‘금주, 살생하지 않기, 훔치지 않기, 거짓말 하지 않기, 속이지 않기’등을 지키지 못한 자신의 과거를 참회하고 부처에게 참배한다.

우리에게 ‘미윽 보찌어’는 그냥 ‘오늘이 무슨 날이지?’ ‘뭐 불교 관련 캄보디아 휴일이래..’하며 ‘그런가보다’ 하면서 지나가는 의미 없는 휴일이었을 것이다. 내년 2월에 ‘미윽 보찌어’가 와도 ‘오늘이 무슨 날이지? 쉬니까 좋네…’ 하면서 또 모르고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한번 불교의 교리를 탄생시킨 부처의 설법을 기념하는 ‘미윽 보찌어’ 뜻을 되새겨보며 캄보디아를 한층 더 깊게 이해해 볼 수 있도록 하자. / 글 : 정인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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