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예술 이야기] 아홉 째 이야기 – 공연문화와 극장은 떨어질수없다

기사입력 : 2020년 11월 24일

류기룡 타이틀

라 스칼라(La Scala), 바스티유(Opéra de la Bastille), 볼쇼이(Bolshoi),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Sydney Opera House), 빈 슈타츠오퍼(Vienna Staatsoper) 이들의 공통점은 세계적인 명성의 극장이다. 이들은 각 나라의 문화척도가 되는 극장이기도 하지만, 한 나라의 랜드마크(LandMark)이기도 하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관광이든 방문이든 어떤 이유에서건 그 나라를 방문하면 한번씩은 찾는 곳 이기도하다.

IMG_8538▲ 지난 3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소재한 짜토목 국립극장에서 캄보디아 전통공연을 펼치고 있는 공연팀(사진 : 정인솔)

왜 이런 서두를 필자가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일까? 그것은 앞서 열거한 극장 중 비엔나 쉬타츠 오퍼(Vienna Staatsoper) 합창단의 갈라 오페라(Gala Opera) 공연을 과거에 보았으며 이 공연을 보면서 한국에 있는 극장들을 생각해 보았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연을 필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지하게 보았으며, 필자와 동행한 아내인 서지영 교수는 한곡이 끝날 때마다 ‘Bravo’를 외치며 분위기에 깊숙이 젖어 들었었다.

필자가 당시 공연에서 놀랐던 점은 출연한 단원들의 동작과 무대 매너에서 느낀 갈라 오페라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움이 있고, 자유로움이 있는 무대였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살리는데 있어서는 그 능력이 놀라울 정도였다. 이들이 무대에서 이런 능력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연간 40~50편 정도의 작품을 약 250일 걸쳐 매일 다른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늘 무대와 호흡하는 이들이야 말로 계약에 의해서 무대에 등장하는 주역가수들과는 다른 묘미를 보여주기에 충분하였다.

공연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유일한 Soloist인 터키 출신의 Tenor Jenk Bieck(엔크 비크)<아버지가 6.25 한국전 참전용사로 전사하신분의 아들>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까지 하면서 너무나 멋있게 Verdi Opera ‘La Traviata’ 축배의 노래’ Puccini Opera ‘Turandot’ 공주는 잠 못 이루고등을 불렀으며, 오페라 이중창, 남성합창과 함께하는 여성솔로, 오페라합창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구성하여 120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으며, 중간 쉬는 시간과 공연종료 후에 가진 팬 사인회는 이들이 관객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알 수 있는 단면이었다.

한명의 가수를 제외하고는 전 단원이 <빈 슈타츠오퍼 합창단 콘서트 연맹>에 소속되어 있는 합창단원들로 구성되어 있는 이 비엔나 국립 오페라 앙상블은 (외국의 유명 극장의 합창단이라는 것은 통상 상임단체로 존재) 종신직이다. 이들은 성악이나 합창을 전공하고 오디션을 거쳐 입단을 하게되며 - 많은 해외 유명극장에는 우리나라의 성악가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이 단체에도 18명의 단원 중 4명이 한국 성악가들 이었다.

비엔나가 자신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비시즌에는 이렇게 합창단원들을 통해 오페라 앙상블로 세계 여러나라의 극장과 축제에 다니며 문화사절로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들은 이미 문화선진국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끊임없이 세계 각지의 문화 소비자들을 부르러 다니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녹아들어있는 이곳 캄보디아는 6.25 전쟁 당시 한국에 의료진과 쌀을 지원해주었던 곳이고, 동남아시아의 맹주로서 문화의 발전을 상당히 이루었던 곳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이 나라에도 공산주의로 몸서리쳤던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동안 이들은 화려했던 문화와 예술들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또한 이 나라에는 멋있는 국립극장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다양한 퍼포먼스들이 무대에 올려졌던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1999년 즈음 화재로 인해 소실이 되고 한 지금은 안타깝게도 이 땅에는 공연을 위한 전문 극장이 전무한 상태이다.

한가지를 더 언급하자면 이들의 전통문화중에서도 그림자 인형극“(쉐도우 퍼핏)이 있다. 왕실에서 야외에 갈때면 공연가들이 함께 동행하여 들판에서 이루어졌던 중요한 공연 문화중의 하나다. 하지만 근근히 맥을 이어가던 그림자 인형극의 상설공연이 이루어지던 곳이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해 문을 닫고 말았다. 이제 어디에서 이 공연을 볼 수 있을까? 물론 국립박물관 뒷마당 야외천막극장에서 가끔 우리는 볼 수 있을것이다.

오늘의 이야기에서 필자는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연문화와 이 공연을 무대를 통해 관객을 만날수 있는 극장 두가지를 이야기했다. 극장이라는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는 작품과 예술가는 절대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여기에 관객이라는 중요한 요소 한가지가 더 있다.

지난 8년의 시간동안 음악교육의 개발과 보급 그리고 공연문화 활성화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후진을 양성하는 시간을 지내왔다. 이제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이곳 캄보디아 땅에 국립극장이 세워지고 그곳에서 젊고 활기찬 캄보디아 예술가들이 전통을 계승하고 창작의 혼을 불어넣은 작품들이 무대에 올려지는 그 시간을 간절히 소망해 본다. 자국민에게는 자긍심과 외국인에게는 동서양의 문화가 어떻게 융합을 이루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말이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캄보디아에 도로와 병원을 건설하여 경제발전과 건강에 도움을 주어왔다면 이제는 교육과 문화예술에도 관심을 가져할 때가 왔다고 말하고 싶다. 2023년 캄보디아에는 아세안게임이 열린다. 그 시점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캄보디아 국립극장에서 생동감이 넘치는 아름다운 공연을 보며 환호하는 필자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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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룡 교수

경북대, 러시아국립차이코프스키음악원(석·박사)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 교수
성악가, 합창지휘자, 콘서트 프로듀서
NGO활동가로 동남아, 한국, 유럽에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