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산다는 것은

기사입력 : 2012년 05월 09일

우리가 산다는 것은 / 누군가에게 빚지며 사는 것 그 누군가 나를 향해 미소지을 때 / 그때야 비로소 내가 살아 있는 것 우리가 산다는 것은 / 누군가에게 진 빚 되 갚으며 사는 것 그 누군가가 나를 향해 내민 손의온기 / 또 다른 누구에게 전해주며 사는 것 우리가 산다는 것은 / 누군가에게 사랑 받지 못할 때 슬픔이 되는 것 하지만 그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할 땐 / 절망이 되는 것 누군가에게 빚지며 살고 / 그 빚 되 갚으며 오늘 하루도 사랑했노라 그리하여 후회 없노라 웃음 짓는 것 / 산다는 건 그런 것 어설프게 살아보고 / 삶을 눈물이라 말하지 않는 것

▶ 억압적 국가에 맞서는‘개인의 힘’을 강조했던 미국의 지성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1846년 감옥에 갇혔다. 흑인 노예제에 반대해 인두세 납부를 거부했다. 대신 공공의 복지를 위해 사용되는 세금은 꼬박꼬박 냈다. 그의 작은 저항이 곧장 결실을 맺은 것은 아니다. 대신 큰 물결을 일으키는 자갈 구실을 했다. 남북전쟁 직후인 1865년 노예제를 폐지하는 수정헌법이 마련됐다. 작고 사소한 시민 불복종의 구실이다.

▶ 1955년 미국 앨라배마주의 작은 도시 몽고메리에서 로자 파크스의 존재감도 가벼웠다. 그는 여성 흑인 재봉사였다. 그에게 흑백 차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로자는 버스 안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리를 내놓으라는 백인 남성의 요구를 그냥 흘렸다. 너무 피곤했다. 왜 자리를 비켜야 하는가. 흑인의 좌석과 백인의 좌석이 따로 있었다. 로자 파크스는 체포되어 수감됐다. 다른 흑인들이 그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인종분리법 폐지를 요구하는 전국적인 시위로 이어졌다. 거대한 흑인 민권운동의 시작이었다. 작고 사소한 시민 불복종의 힘이다.

▶ 1930년 인도 서부 아마다바드시에서 간디가 행진을 시작했다. 390km 떨어진 단디 해안으로 가서 인도인들이 만든 소금을 구하려는 길이었다. 영국이 인도인의 소금 생산을 금지하고 영국산 소금에 세금을 부과한 것에 대한 저항이었다. 출발 때 78명이던 일행은 25일 뒤 수만 명으로 늘어났다. 간디가 전통 염전에서 소금 한 주먹을 쥐어들자 영국군 지휘관이 발포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비폭력 직접행동의 백미로 알려진‘소금 행진’이다. 작고 사소한 시민 불복종의 파급력이다.
이제는 그런 야비한 일들은 세상에서 다 없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탐욕과 비열함에 가득찬 권력자들이 세상을 조롱하고 기죽은 민초들을 기만하고 있다. 슬프다. 그래서 지난 글들을 다시 읽는다. /정지대

댓글 남기기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