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실크산업, 이대로 사라지나

기사입력 : 2012년 12월 12일

 

얼마 전만 해도 프놈펜에서 15km 정도 떨어진 메콩강의 작은 섬 꺼 닷은 실크 제조 특산지로 유명했으며, 베틀 짜는 소리로 가득했었다. 그곳에는 현지 장인들이 직접 만든 수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베틀에서는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직조기의 북이 명주실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소리는 꺼 닷 섬의 일상에 깔려있는 배경음악처럼 주민들의 역동적인 삶의 소리로 들려왔었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이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었다.

꺼 닷 섬 주민 짠타(35세)는 이제 더 이상 실크를 제조해서 돈을 벌 수 없게 주민들 중 대다수가 더 이상 베틀을 짜지 않는다고 말했다. 짠타는 이제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거나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제금융단체(IFC) 보고서에 의하면 캄보디아에서 생산되는 실크 생사의 양이 굉장히 적기 때문에 전통 직공 주변국으로부터 수입해온 실크 생사를 스카프나 기타 실크제품으로 가공하여 판매했었다. 그러나 최근 수입재의 가격이 높아지면서 실크 제조업자들의 수입이 감소하고, 많은 이들이 더 이상 전통 실크 제조업에서 손을 놓기 시작했다.

이제 너무 많은 이들이 실크 제조업을 떠나자 아예 캄보디아의 실크산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크산업을 부흥시키고자 하는 프로그램이 시행중에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문제가 심각해 졌다고 문석하고 있다. 만약 캄보디아 실크제조업이 지금과 같은 궤도로 나아간다면, 앞으로 캄보디아의 실크산업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그렇게 되면 앙코르제국 이전부터 명맥을 유지해오던 캄보디아의 실크제조업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이다.

 

한 때는 주요 산업, 지금은 별 볼일 없어

캄보디아 실크 제조업의 역사는 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캄보디아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있어 중요한 구성요소였다. 캄보디아 실크 산업 육성을 위해 생산자와 직공을 연계시키는 단체,’크메르 실크 마을’의 부 사무총장 께 무니는 대부분 캄보디아가 처음으로 실크 제조를 받아들이게 된 것은 중국으로부터라고 설명했다.

이 시는 캄보디아에서 앙코르와트가 건축되기도 이전인 12세기 초이며, 실크옷을 입고 있는 여인의 부조가 고대 사원에 새겨진 것으로 미루어 볼 수 있다. 이후 수 세기가 지나자 차츰 캄보디아의 실크 제조업은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1950년대 들어서며 고무, 쌀, 카사바 재배 등과 같은 농공업이 인기를 끌자, 농민들은 뽕나무 재배를 중단하기 시작했으며, 이로인해 누에 생산량이 급감하자 자연스레 실크 생사 생산량도 떨어지게 됐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비교적 높은 생산량이 유지됐다.

그러나 크메르 루즈 정권이 집권하면서부터 실크 산업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하며 생산량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이 기간 중 실크는 오직 번띠어이미은쩨이 주의 일부 농가에서만 생산되었을 뿐이였다. 크메르 루즈 정권이 무너지자 실크산업은 차츰 회복하기 시작했지만, 과거와 같은 성세는 이루지 못했다.

현재 캄보디아에서 뽕나무가 재배되는 지역은 시엠립과 번띠어이미은쩨이 2개 주 뿐이며, 정확한 재배면적조차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국가최고경제위원회의 1개마을1개특산품(OVOP) 수석 자문인 메이 껄리얀에 의하면 10~40헥타 정도가 남아있을 뿐이라고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에서 점점 실크 생산량이 감소하고 무시할 정도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중대한 메시지라고 말하며, ‘캄보디아에서 양잠업은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실크 생산업이 극복해야할 장애요소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 장애요소에는 노동력 이주, 농업 생산기술의 변화, 양잠업의 어려움, 베트남/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저급 실크섬유로 제작된 저가 실크제품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캄보디아에서 수백년간 이어져 내려온 고품질의 수공업 실크 제조업의 특성이, 이제는 부정적인 특징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메이 껄리얀은 설명했다. 캄보디아 실크는 지난 수 세기, 아니 수백년 간 사용한 전통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또한 제조기술은 직공들이 자신의 부모로부터 전수받는 방식만 유지되었기 때문에 기술 혁신 또한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다.

다른 문제는 한때 전국에 만연하던 누에고치의 감소이다. 캄보디아 누에의 폐사율은 70~80% 이상이다. 누에에게 전염되는 질병이 치료가 불가능하자, 올바른 누에양식 기술이 세대간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메이 껄리얀은 캄보디아 국민들이 누에양식에 대한 지식이 매우 부족하고 특히 전염병 예방법에 대해 무지하다고 말하며, 이러한 질병으로 인해 생산량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캄보디아의 연간 명주실 생산량은 5톤 미만이다. 반면 수요는 400톤가량 된다. 메이 껄리얀은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한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원자재가격의 문제

이와 같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직공들은 베트남이나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명주실로 실크를 생산한다. 그러나 최근 십년사이에 수입 실크 생사의 가격이 급등하여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캄보디아 직공들의 최대 실크 생사 구입시장인 중국(90%이상 수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국가 주요산업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원자재가격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2005년 kg당 $30씩 하던 실크 생사의 가격은 2010년에 들어 두 배 이상 증가해 kg당 $70을 가록했다. 그러나 국내 실크제품 생산 직공들은 원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가격을 올릴 수 없어, 시장개방이 처참한 결과를 초래했다.

주변 국가와의 경쟁이 또 다른 문제요소로 작용한다. 주변국의 실크산업은 캄보디아 실크산업에 비해 크게 발전해 있다. 태국에서는 연간 1,000여톤의 실크 생사를 생산하며, 많은 직공들이 분주하게 생산을 하고 있다. 또한 태국의 실크산업은 기계화되어 있고 태국실크협회라는 보호기구또한 결성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와 가까운 위치에서 실크산업 부양을 위해 힘쓰고 있다. 베트남은 자체적인 제조 산업규모는 작지만 세계적인 실크 원사 생산국가이며,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도 중요한 실크생산국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실크제품을 판매하는 리 소테비는 캄보디아산 실크는 국제 바이어들 사이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타국의 실크에 비해 차별화되는 특징도 없다고 말했다. 소테비는 캄보디아산 실크는 중국, 베트남의 저품질 대량 생산품과 경쟁하여 고품질 제품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틈새 시장제품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윤 절감뿐만 아니라 주변국과의 경쟁구도가 캄보디아 실크산업을 관속에 집어넣는데 일조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크메르 실크 마을’의 께 무니는 캄보디아가 자체적으로 실크 산업을 회생시킬 방안을 찾아내지 못하면 캄보디아산 실크는 직공들과 함께 사라져버리는 수모를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은 존재하는가?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어가는 와중, 지난 2009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년간 47만5000달러를 투입해 프놈펜 뚤꼭 지역에 누에 알 생산 센터를 설립했었다. 센터장인 메이 껄리얀은 이 프로젝트가 캄보디아 기후에 알맞은 누에 알 종자를 양산하여 실크 생산의 기술적인 역량을 증진시키는데 목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동안 캄보디아에서 가장 생산적이고 병이 발생하지 않는 종자개량을 위한 많은 연구를 진행했으며, 일부 성공한 점이 있었지만 2개월이 지나자 자금이 다 떨어져 현재 기간 연장을 위해 자금을 투입해 줄 개발파트너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메이 껄리얀은 이 프로젝트의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예측을 해 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며, 오는 1~2년의 기간안에 병충해에 걸리지 않는 누에 알이 지방 생산업자들에게 공급되어, 캄보디아의 실크산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여 수공업자들이 고품질의 실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가공회사를 설립할 민영 기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시설이 실크 생사나 스카프등을 생산하는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품질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께 무니 또한 정부가 태국처럼 실크협회를 창설하여, 정부가 경제특구에 생산업자들과 수공업자들을 묶어 시장접근성을 높이고 실크 제품의 디자인 혁신에도 앞장섰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실크 산업의 회생은 정부의 지방빈곤절감 현안과도 연관이 되어 있다. 실크 베틀 짜기가 농업이외의 고용을 창출하기 어려운 지역에 직업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에 의하면 FAO가 만약 캄보디아 실크 생산량이 국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면, 대략 25,000명의 고용을 해결할 수 있고, 연간 1,000만 달러의 매출을 가능케 할 뿐만 아니라 수출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베틀이 신나게 앞뒤로 움직이는 리드미컬한 소리가 지방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성대했던 캄보디아 국가적 유산을 완전하게 하면서 고대의 역동성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 이코노믹투데이에서 정인휴 번역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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