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변화하는 음식 문화

기사입력 : 2015년 07월 30일

저녁에 프놈펜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 바비큐 식당이 속속 들어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같은 육류와 새우, 한치, 꼬막 등을 숯불이나 가스렌지에 구워 먹는 집들인데, 이런 먹거리에 곁들여 맥주를 마시거나 저녁을 해결하려는 사람들로 성시를 이룬다. 전에도 이런 식당들이 있었지만 4,5년 전부터 대형 바비큐 식당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음식 값이 저렴하고 술값도 비싸지 않아 젊은이들이 떼를 지어 찾는 가장 대중적인 식당으로 자리잡고 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평소에 고기나 해산물을 즐겨 먹지 않지만 손님을 대접하는 데는 고기와 해산물을 최고로 치는 것 같다. 잘 차린 결혼식 피로연에 가면 육류가 주류를 이루고, 여기에 해산물이 곁들여진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오리 고기 등으로 만든 요리와 생선 찜, 생선 튀김, 생선 스프 같은 요리가 코스로 나온다. 야채 요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평소에는 야채나 민물고기 요리 한 두 가지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에게 화려한 잔칫상을 선사하는 것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주식은 쌀이다. 쌀로 밥을 지어 먹거나 쌀국수를 즐겨 먹는다. 점심이나 저녁에는 주로 밥을 먹지만 아침은 쌀국수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침에 국수를 거의 먹지 않는 한국과는 정반대다.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음식인 꾸이띠유는 쌀국수를 국물에 말아주는 음식인데 시원한 국물 맛 때문에 외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이른 아침이면 주택가 골목에까지 꾸이띠유를 파는 식당들이 많아 집에서 멀리 가지 않아도 쉽게 사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점심때쯤 되면 국수를 파는 집이 거의 없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식습관 때문이다.

프놈펜 시내에는 중국 식당들이 많은 편이다. 중국식 생활을 고수하는 중국계 캄보디아인이나 화교들의 비중이 높아 이들이 이런 식당의 주요 고객을 차지한다. 반면에 양식당은 별로 많지 않다. 양식당은 서양인 관광객들이 주로 몰리는 강변에 밀집해 있을 뿐 다른 곳에서는 양식당을 찾아보기 어렵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양식당을 별로 선호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서양식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6,7년 전에는 피자나 햄버거, 치킨 등을 파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열 개 남짓이었었는데, 요즈음은 그 몇 배로 늘어났다. 커피와 음료, 음식을 파는 카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 식당을 찾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식당 중에는 캄보디아 손님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 대형 슈퍼마켓에 가 보면 한국 식재료를 갖춰 놓은 곳을 흔히 볼 수 있다. 라면이나 김치, 김, 음료, 과자류, 양념류 등에 걸쳐 가짓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소수의 캄보디아 사람들이 한국 식당이나 한국 식품을 이용하지만 한국 음식을 선호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요즘에는 일본 식당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일본 유통체인인 AEON몰 안에 여러 개의 일본 식당이 자리잡았고, 일본 식당가가 한 곳에 밀집한 지역도 생겼다. 또 프놈펜 시내 요소요소에 일본 식당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경제력의 향상과 함께 음식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