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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아재의 펌프이야기] 너는 몸만 와, 돈은 삼촌이 낼게
외국인에서 가족으로
캄보디아에서 8년 가까이 펌프라는 게임을 하다 보니, 커뮤니티 친구들은 나를 외국인이 아닌 ‘형’이나 ‘삼촌’으로 불러준다. 내게는 이것이 가장 큰 영광이자 기쁨이다. 평생 외국인으로 남을 수도 있는 캄보디아에서 가족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나를 더 이상 외부인이 아닌 형제이자 가족으로 여겨주는 그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나는 캄보디아 펌프 커뮤니티에서 최연장자다. 사실 한국에 돌아가도 내가 아는 선에서 내 또래의 현역 플레이어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니, 이곳에서는 오죽할까?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펌프를 오래 하게 될 줄, 또 이곳에서 형제나 가족 같은 관계를 맺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훨씬 관대하고 포용적인 캄보디아 친구들의 사랑 덕분에, 나도 어느새 그들의 가족이 되었다.
한 판에 5천 원이라면
처음 캄보디아에서 펌프를 할 때는 ‘어? 한국보다 싼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이곳 생활에 적응하고 나니, 캄보디아 사람들의 삶에서 이 게임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펌프 한 판(일반적으로 3곡)에 보통 1천 원이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그리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한 판에 5천 원이라면? 게임 한 판을 위해 돈을 넣기가 무척 망설여질 것이다. 캄보디아에서는 바로 그 느낌이 현실이다.
절대적인 가격은 한국보다 저렴할지 몰라도, 이곳의 일반적인 근로자 일당을 생각하면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쉽게 비교하자면, 한국에서 일당 10만 원을 받아서 한 판에 천 원을 쓰는 것은 그리 큰돈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일당으로 10달러를 받아서 1판에 0.5달러를 쓴다는 것은 정말 큰 고민을 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다 보니 캄보디아에서 펌프는 한국 기준으로도 최소 중상류층 이상은 되어야 즐길 수 있는 ‘고급’ 취미인 셈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나와 교류한 친구 중에는 국제학교를 나오지 않은 사람이 없고, 나보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도 없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들의 삶이 일반적인 캄보디아 사람들과는 얼마나 다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불행
하지만 그렇게 여유 있던 친구들 중에도 갑자기 삶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긴다.
한 친구의 아버지는 전직 경찰이었고 나름 승승장구하던 분이셨다. 그런데 과거에 아버지가 검거했던 범죄자가 출소 후 보복을 했고, 그로 인해 심각한 신체 장애를 얻어 결국 은퇴하게 되셨다. 집안 형편이 순식간에 어려워졌고, 그 친구는 더 이상 펌프를 정기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 친구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아버지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셨을 뿐인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로 가세가 기운 것이다. 심지어 그 친구는 지금도 캄보디아에서 손꼽히는 실력자인데, 집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하기도 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눈치 보지 말고 펌프 해
그래서 그 친구가 눈치 보지 않고 게임할 수 있도록, 게임 크레딧을 충전한 카드를 게임장에 맡겨 두었다. 그 친구뿐 아니라 우리 팀원이라면 누구든 편하게 쓰라고 열어둔 것이다. 물론 내 지갑은 몹시 얇아졌지만.
아마 그 친구는 자기 때문에 내가 돈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나는 차라리 그게 더 고맙다. 그 친구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즐겁게 펌프를 즐기는 것, 그게 내가 가장 바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 팀원뿐 아니라 한국 학생들에게도 알려주게 되었다. “삼촌이 게임장에 카드 맡겨 놨으니, 내 이름 대고 찾아서 펌프 해.” 그들 역시 이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그 또한 내게는 감사한 일이다. 적어도 나를 아는 사람만큼은 이 공동체에서 소외되지 않고, 언제든 다시 돌아올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얇아진 지갑, 밝아진 얼굴
내가 재정적으로 여유가 넘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조금 희생해서 누군가 혜택을 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세상에서 멀어질 수도 있는 한 사람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어제도 게임장에 가서 카드를 충전했다. 지갑은 또 얇아졌다. 한동안 집에서 간장에 밥 비벼 먹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이 공동체에서 멀어지지 않고 다시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오늘도 게임장에 와 보니 그 친구와 다른 아이들이 신나게 펌프를 하고 있다. 적어도 펌프를 하는 그 순간만큼은 얼굴에 그늘이 보이지 않아 감사하다. 그 친구도, 나도, 우리 모두가 이 시간을 잘 버텨내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우리가 얼굴을 마주 보며 “그땐 그랬지” 하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얘들아, 우리 존버하자.”
글 이재호
사단법인 조이풀에듀앤호프 캄보디아 지부장
CPF Series(Cambodia Pump it Up Festival) Organiz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