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순칼럼] 열정

기사입력 : 2012년 07월 16일

 세계경기 불황과 함께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한 모양이다. 세상이 강퍅해질수록 살아보려는 몸부림 또한 치열해지지만, 극도로 방어적인 청춘도 눈에 띈다. 모니터 앞에 앉아 손가락 끝으로 세상 간을 다 보려는 듯한, 미남미녀 한 쌍을 은밀한 곳에 밀어 넣어도 연애감정일랑 일어나지 않을 듯한 분위기랄까. 서로가 스펙과 배우자감의 재력에 대한 손익계산 외에 흥미가 없어 보이니 말이다.
 
 스탕달에 의하면, 연애는 열병과 같은 것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났다가 소멸된다고 한다. 살다보면 가슴 철렁하게 하는 매력적인 사람도 만나게 마련이고, 우리들의 애정살이가 맘먹은 대로 용의주도하게 전개될 리 만무하다는 뜻일 게다. 만약에 그런 행운이 나에게도 닥친다면 ‘홍역 같은 것’이겠거니, 혼자만의 축제로 그 고통스런 미감을 즐길 테다.(남편에겐 비밀이다!)
 
 하긴 나의 청춘기를 돌이켜 보아도 불꽃놀이를 놓친 축제마냥 뭔가 빠진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심장을 달뜨게 하던 로망이 없던 것도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어정쩡하고 순탄한 길을 택하고 말았다. 알짤 없이 꺾어진 백 살의 이 나이에 세파에 늘씬 혼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시기에 맹렬한 도전으로 맷집을 키워놓지 못한 탓인가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시류에 편승해 남 보기에 좋은 성공코스를 향하여, 남들과 비슷한 스펙을 쌓는 일에 열심인 청춘을 보면 아쉬운 느낌이 든다. 사랑마저도 상품화되고야 마는 자본주의의 냉혹함 앞에 어떤 것도 기약할 수 없는 열망이 무슨 대수냐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첫 단추를 꿰기 전에 마음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을 거부할 수 없는 뭔가에 대해 한번쯤 깊이 탐색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행운이 따른다면 평생 지치지 않는 열정을 도발할 ‘재능’과 조우할 수도 있을 터.
 
 
한 사람과의 집중적인 인간관계를 연애라고 한다면, 한 가지 일에 대한 집중적인 몰입을 ‘벽(癖)’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초정 박제가 선생은 다음과 같이 벽(癖)을 예찬했다. <벽(癖)이 없는 사람은 버림받은 사람이다…고독하게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전문적 기예를 익히는 자는 왕왕 벽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하다.> 탐구벽, 수집벽, 방랑벽…, 뭔가 일을 낸 사람치고 청춘기를 살짝 미치거나 우스꽝스러운 열광자로 보내지 않은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지구 반대편 국가의 금리파동이 프놈펜 구멍가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세상이다. 삶에 정해진 코스 따위가 있을 리 없다. 현자들은 하나같이 실행과 실패가 없는 청춘은 야단맞아 싸다고 충고한다. 그렇다. 열정을 불살라 보는 것이야말로 청춘의 특권이다. 밑져야 실패, 청춘기의 실패는 ‘찬란한 실패’라 불러야 옳다. 그것은 성공의 확실한 보험이 되 줄 터인즉. / 나순 건축사
 
 


 

*뉴스브리핑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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