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버리고 떠나기

기사입력 : 2013년 12월 31일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가 없다.
공간이나 여백은 그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여백이 본질과 실상을 떠받쳐 주고 있다.
- 법정 스님의‘버리고 떠나기’에서 -

* 한 해가 다 갔다. 나이만 먹었다. 그래서인가, 이제는 신문을 만드는 것도 힘에 벅차다. 74년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간 후부터 언론하고 관련된 일을 해 온 것 같다. 데모가 일상사였던 시절. 성명서를 작성하고 배포하면서 피가 끓었고, 시퍼런 칼날 같던 박정희 유신시대의 폭력과 아픔을 겪었었다. 그리고 폭악적인 전두환 시대는 더 말할 것도 없었고…그래서인지 캄보디아 정국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다. 다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정도. (그리고 실제로 나서서 할 수 있는 일도 하나도 없고…) 나이가 들었나?

**‘어찌 어찌 하다가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네’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래서인지 그리운 것들이 자꾸 스물스물 기어 나온다. 옛 사랑, 옛 친구, 옛 이야기들이 그립다. 그저 특별한 일은 없지만, 그냥 죽기 전에 한번만 만나보고 싶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언감생심이고 중·고등학교 친구들이라도… 아니, 대학친구들이라도 만나고 싶다. 또 한해가 가버린다. 나이가 들어가는 게 하나도 아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추억은 잊혀 지지가 않는다. 요물같이…또 한해가 가버린다. 내 친구들도 나를 그릴까?/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