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오늘(23일)부터 태국산 연료·가스 수입 전면 중단

기사입력 : 2025년 0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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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가 오늘(23일)부터 태국산 연료와 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전격 발표하며, 양국 간 긴장감이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훈 마넷 총리는 22일 저녁, 자신의 공식 SNS를 통해 “오늘 자정부터 태국에서의 연료 및 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히며 “국내 연료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충분한 대체 수입 경로를 이미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내 연료 공급업체들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인근 국가들로부터 수입을 확대할 준비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최근 양국 간 갈등이 다층적으로 심화되면서 촉발됐다. 캄보디아와 태국은 지난 5월 28일 프레아비히어 주 테초 모로꼿 마을 인근에서 태국군이 캄보디아 군 초소를 향해 총격을 가해 캄보디아 군인 1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최근 태국 당국은 캄보디아를 사이버 범죄 조직의 주요 거점으로 지목하며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태국 군이 국경 지역의 주요 검문소를 일방적으로 폐쇄하자, 캄보디아 역시 같은 검문소를 영구 폐쇄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러한 상호 대응은 외교적 갈등을 경제적 압박 수단으로 확장시키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정치적 갈등 속에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곳은 양국 국경 지역이다. 특히 캄보디아 반띠어이미은쩌이 주의 국경 도시 뽀이뻿에서는 연료 수입 중단과 태국의 전력 공급 차단이 겹치며 심각한 에너지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 현지 언론과 태국 매체에 따르면, 발전기용 연료 수요가 폭증하면서 지역 내 연료 공급이 빠르게 고갈되고 가격도 급등했다. 이에 수많은 캄보디아인들이 국경을 넘어 태국 아란야프라텟 지역으로 이동해 연료를 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6월 21일에는 국경을 가로지르는 캄보디아-태국 우정의 다리 위에 100대 이상의 캄보디아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부 주민은 대형 드럼통을 트럭에 실어 대량의 연료를 사들이는가 하면, 주택과 상점 등에서는 연료를 사재기해 비축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러한 현상은 국경 일대에 교통 체증을 야기하며 상시 통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양국 간 유가 차이를 꼽는다. 태국에서의 휘발유(벤젠 95)는 리터당 41.54바트(약 1.1달러)이며, 캄보디아에서는 4850바트(약 1.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경유 역시 태국에서는 31.94바트(약 0.87달러)인 반면, 캄보디아에서는 3840바트 수준으로 리터당 약 79바트가 더 비싸다. 이로 인해 연료 사재기와 불법 유통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에너지 혼란은 정치권에도 파장을 일으켰다. 태국 야당은 최근 자국 정부에 캄보디아로의 석유 수출 중단을 공식 제안하며,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삼고자 했다. 이에 대해 훈센 캄보디아 상원의장은 “태국이 석유 수출을 막는다면, 캄보디아보다 오히려 PTT(태국 국영 석유기업)가 더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온도 차도 존재한다. 반띠어이미은쩌이 주의 주지사는 일부 태국 언론 보도에 대해 “조작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보도에 사용된 차량 정체 사진은 국경 개방 시간에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모습일 뿐이며, 이들 차량은 대부분 정상적인 통행과 상업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입 중단 조치가 당장의 위기를 불러왔지만, 캄보디아 정부는 자국 내 에너지 자립과 대체 수입 다변화를 위한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국경 지역의 에너지 수급 불안과 물류 혼란, 사재기 현상 등으로 주민 불편과 민심 동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부가 갈등을 외교적으로 조율하지 않는 한, 국경 지역의 불안정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