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한 잎의 여자

기사입력 : 2013년 06월 18일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詩集) 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같이 슬픈 여자.
- 오규원의 시 “한 잎의 女子” -

* 모든 것을 다 잃은 사람도 추억은 있다. 그리고 그 추억 너머 사랑도 있다. 그래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슬픈 짐승이다. 그 추억 때문에, 그 사랑 때문에…인간은 기본적으로 기쁨과 슬픔을 부벼대며 살아가는 존재다. 그래서 아프고, 기쁘고, 슬프고, 행복한 것이다. 아! 삶이 아프다./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