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나랏빚 빨간불 켜지다

기사입력 : 2013년 04월 22일

가정이나 직장이나 나라나 빚이 많으면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에서 가계가 파산하면 가장은 신용불량자로 떨어진다. 회사가 부도나면 직원들 모두가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헤매게 된다.

나라라고 부도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리는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나라가 부도날 뻔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는 나라빚이 커져 국가가 완전히 파산하는 지경으로 빠지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부채에 의한 국가 파산은 남미 아르헨티나 등에서 보는 것처럼 그 파장이 외환위기 보다 훨씬 크고 깊다.

정부가 발표한 2012년 국가부채는 공무원 군인에 지급할 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해 총 902조원이다. 그렇지만 여기에 주요 공기업(28개) 부채 352.3조원과 지방정부 부채 18.7조원 그리고 지방공기업 부채 68조원을 합치면 사실상 나라빚은 1341조원이다. 지난해 우리가 1년간 생산한 GDP는 1272조원인데 나라빚이 이보다 69조원이나 많은 105%이니 노란불을 넘어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이명박정부 마지막해인 2012년 한해 국공채 및 차입금이 23.2조원이나 늘었다. 이명박정부는 중앙정부 부채를 늘리지 않으려고 LH공사 등 공기업에 빚을 떠넘기는 꼼수를 썼다. 그 결과 28개 주요 공기업 부채가 350조원을 넘었다. 중앙정부 부채 425조원에 근접할 정도다.

여기에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아예 계산도 하지 않았다. 국가재정이 건전한 것처럼 사실상 분식회계를 했다. 그러나 분식회계는 오래갈 수 없다. 눈속임에는 한계가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 때문에 나라 재정이 흔들리게 돼 있다.

빚을 내서 그 돈을 쓸 때는 모두가 웃는다. 그렇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려면 큰 결단이 필요하다. 큰 차를 타다가 작은 차를 타면 당연히 불편하다.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줄이면 가족들이 불평할 것이다. 그러나 불평이 무서워 허리띠를 졸라맬 타이밍을 놓치면 큰일난다.

혹자는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 또는 영국 프랑스보다 국가부채비율이 훨씬 낮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매출 1000억원인 회사가 빚이 1000억원이 넘으면 위험하다고 한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나라 전체가 1년간 번 돈(GDP)보다 빚이 많으면 위험하다. 이런 사실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나라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때다.

대통령부터 장관,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월급 등 경비를 줄이고 공무원·군인연금을 개혁해 일반 국민과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새정치의 시작이다. /내일신문 장명국 발행인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