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예술 이야기] 다섯번 째 이야기 – 세계 음악의 중심축은 이동하고 있다

기사입력 : 2020년 09월 28일

모든 예술가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대회(Competition) 참가를 생각 할 것이다. 이것은 개인적으로는 음악이든 미술이든 입신양명의 기회이기도하며, 광의의 뜻에서 보면 한 나라의 문화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음악학도들을 보고 있노라면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국내외적으로 질적으로 많은 성장을 해 왔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필자는 언젠가 동료들과 함께 한국 음악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에 대해 짧은 담소를 나눈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는 내외국인 몇 명이 가볍게 모인 자리였지만 우리들이 나눈 주제는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이 대화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갈 무렵 우리들이 도출해낸 하나의 결론은 향후 10년 정도 더 시간이 지나면 한국과 인접한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주지역에서도 서양음악을 공부하기 위해서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왜 이런 결론을 도출되었을까?

그 이유는 이미 서두에서 밝힌바가 있다. 1990년대까지 외신이나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해외 유수의 경연대회 입상 소식은 우리를 깜짝깜짝 놀라게는 하였지만 그렇게 큰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왜냐고? 이미 80년대까지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인들이 해외의 큰 경연대회에서 입상을 해왔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90년대에는 양적으로 성장했던 시기라고 보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래왔던 것이 2000년대에 와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90년대까지의 해외 경연대회 입상자들을 보면 우리나라 경제와 국가 브랜드가 해외에서의 이미지는 약했던 시기였지만 타고난 재능과 노력을 바탕으로 해외유학 중 입상을 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순수 토종 즉, 국내에서만 공부를 했거나 아니면 대학에서 공부중인 학생들이 세계 유수의 콩쿨들을 휩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의 차이가 단순히 필자의 글을 읽기만 해서는 실감이 나지 않을수도 있을 것이다.

1▲ 세계를 무대로 뻗어나가는 우리나라 예술차세대 조성진, 임동혁, 김봄소리 (왼쪽부터)

필자도 음악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유학생활을 거치지 않았겠는가, 차이코프스키음악원이라는 세계 유수의 음악원에서 최고의 선생님 Zurab Sotkilava 을 만나 열심히 공부했던 적이 있었으며, 은사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제경연대회에 나가본 적이 있었다. 결론은 본선 2차까지였다. 유일하게 아시아인으로서는 1차 본선을 통과하여 언론으로부터 인터뷰도 집중 받았던 기억이 나곤한다. 하지만 이 경연대회를 거치면서 필자는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90년대까지의 시류와 2000년대 시류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필자가 이 경연대회에 도전했던 나이가 이미 30대에 들어섰지만 경쟁상대에 있던 외국학생들의 경우 말 그대로 학생이였다. 대학생. 그러니 나이로 하면 20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 음악공부를 해온 시기로 따지다보면 이들은 어쩌면 필자의 제자뻘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의 고민이었지만 진정 내가 앞으로 가야할 길이 무엇인가를 찾게 된 계기 마련이 된 것이라면 나의 교만일까? 이후 필자는 음악원에서의 시간들을 학위를 받기 위해 보내면서 새롭게 공부를 시작한 것이 바로 예술 경영&기획 이었다.

혹자는 콩쿠르에 도전하는데 나이가 무엇이 중요한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것은 핑계일 뿐이다 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눈을 넓게 뜨고 잘 살펴보라. 이미 대한민국 출신의 음악가로서 언론에 조명을 받을 정도가 되려면 순수 국내파여야 하고 그것도 대학 재학생 이하여야 한다. 이것은 무엇인가? 바로 해외 유수의 음악대학, 전문음악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것이며, 학생들의 질적 성장이 이루어졌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것이 국내의 교수진들 또한 그 역량이 국제적으로 통한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을 통해서 바로 서두에서 말한 차세대 세계음악교육의 중심은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인 것이다. 필자는 과거 서울에서 개최되었던 2010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 참가를 하게 되었다. 그 자리를 통해서 나의 논리가 맞는것인가를 확인해 볼 기회가 있었다. 결론은 그렇다라는 것이다.

캄보디아는 건축, 음악, 미술 전분야에서 과거 엄청난 영화를 누렸던 동남아 최고의 나라였다. 하지만 이들의 현재에는 과거의 영광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물론 문화예술 재건의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는 젊은 예술가 집단이 분명히 이땅에도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과 이야기들을 나누어 볼 수 있는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느껴지는 것은 무너진 세계, 정신적인 사상과 현실을 결합하여 선보이는 예술의 재건은 한 세대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캄보디아 사회의 주축인 40대의 자녀, 그들의 다음 세대들이 이 사회의 중심축을 이룰때 비로소 재건의 결실들을 거둘수 있을것이다.

캄보디아의 역사를 타산지석으로 바라보며 이국의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도 아이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으니 그것은 한국인, 한국의 문화를 바탕으로 세계속에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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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룡 교수

경북대, 러시아국립차이코프스키음악원(석·박사)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 교수

성악가, 합창지휘자, 콘서트 프로듀서
NGO활동가로 동남아, 한국, 유럽에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