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heers] 먼 길 가는 철새를 위하여

기사입력 : 2019년 07월 10일

먼 길,
먼 먼 길을 먹지도 못하고
마시지도 못하고, 그저
예정된 곳에, 예정된 시간까지 날아가기 위하여
한 번도 날개를 멈ㅋ추지 않고
하늘 높은 푸른 곳을 나는
철새들을 편안하게 보내기 위하여
하늘을 말짱히 쓸어 놓았습니다.

어디서 날아오는 철새들일까,
끼룰, 끼룰, 끼룰거리며
숨가뿐 소리로
해마다 이맘 때면, 남으로
머리 위 하늘 높은 곳을 날아 지나갑니다.

가능이옵니다.
인사는 나중에 한다고, 그저
가을 장마가 어지럽힌 하늘을
말정히 쓸어놓은 높은 푸른 길을

끼룰, 끼룰 철새들은
힘겹게, 힘차게, 같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질서 있게 대열지어
예정된 곳, 예정된 시간을 향하여
줄기차게 날아가고 있습니다.

가을이옵니다.

신라, 고구려 … 한결같이
이어 내려오는 이 땅의 가을이옵니다.
조병화 시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