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청년 사업가 4인방의 ‘新 캄보디아 드림’

기사입력 : 2018년 03월 09일

혼자가 아닌 “함께”를 꿈꾸는 청년사업가 4인방

30대 초중반의 한국 청년 넷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캄보디아에서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하는 ‘청년 사업가’ 라는 것이다. 아직은 서툴고 매사에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이지만 이야기를 마치고 난 후에 느껴지는 건 그들의 열정뿐이었다. 

젊어지고 있는 캄보디아 한인사회에서 한 계단 한 계단 성장하고 있는‘DO I DO’의 공동 대표 조현민, 김재수,‘TIME’의 대표 지경섭, 글로리엔텍 캄보디아지부의 지부장 문동진을 만나 그들의 리얼 라이프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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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TIME 지경섭 대표, DO I DO 조현민 대표, 글로리엔텍 캄보디아지부장 문동진, DO I DO 김재수 대표

-하고 계시는 일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동진: 저는 지금 한국에 있는 적정기술 하시는 분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어요, 적정기술하면 말이 너무 어려우실 텐데요. 개발도상국에서 어떤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비용은 최대한 낮추고 개발도상국의 상황에 맞게 기술의 효과는 최대한으로 할 수 있는 그런 개념을 적정 기술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지금 물이랑 에너지 부분을 담당하고 있어요. 시골의 물을 정수하는 것,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사업 분야로 하고 있습니다.

경섭: 저는 뚤꼭 캄코시티 상가에 ‘TIME’이라는 의류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현민: 저와 재수씨는 뚤떰봉에 ‘DO I DO’라는 가죽수공예 매장의 공동 대표이구요, 개발협력 관련해서 청년 창업자들 간의 네트워크를 위해서 만든 공동체 ‘스페이스성큼’ 에서 저는 센터장 재수씨는 매니저를 맡고 있어요.

 

-많은 나라중 캄보디아라는 나라를 선택하신 이유나 계기가 있으신가요?

경섭: 저는 누나가 먼저 결혼을 해서 캄보디아에 자리를 잡았어요, 저는 한국 동대문에서 의류관련 일을 하고 있어서 재미삼아 누나한테 옷을 보내주면 누나가 한국사람 대상으로 조금씩 판매 했던 게 시작이 됐어요,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캄보디아에 사업성이 있고 시기적으로도 다른 사람 밑에서가 아닌 내 일을 주도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진지하게 캄보디아에서 내 사업을 해봐야겠다 생각하고 오게 됐어요.

현민: 저랑 재수씨는 코트라 코이카 개발 협력형 GYB(Global Young Businessmen)라는 프로그램으로 처음 캄보디아에 오게 됐어요. 동기 30명이 4개 국가(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두바이)를 선택해서 파견되었고 그중 최빈국인 캄보디아를 선택해서 오게 되었죠. 처음부터 저는 캄보디아라는 나라에 애정이 있었어요. 막상 사업을 할 때는 아이템도 많이 바뀌고 장소도 많이 고민했어요. 그래도 캄보디아를 떠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동진: 저는 당시 저랑 같이 일하던 친구가 코트라 무역관에서 주최한 청년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함께 캄보디아에 오게 됐어요. 저는 여기 있으면서 캄보디아 청년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싶다, 개혁이라고 까지 말하기는 뭐하지만 ‘의식를 끌어 올리는 일을 하고싶다’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저한테 블루오션처럼 다가왔던 게 ‘개발협력’ 이었고 필드에서 직접 뛸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청년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캄보디아에 있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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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뚤떰봉에 위치한 DO I DO 매장 

 

-막상 캄보디아에 와보니 계획했던 것들과는 다른 것이 많으셨을 텐데요. 어려우신 점은 없었나요?

현민: 저는 13명의 동기들하고 처음 캄보디아에 왔는데 그 13명이 전부 다 아이템을 바꿨어요.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이 현지 사정이랑 다 맞지 않았어요. 저희가 ‘스페이스 성큼’을 하는 이유도 그런 갭을 좀 줄여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현지에 대한 사정을 한국에선 잘 모르니까 현지에서 고군분투했던 청년들이 모여서 정보를 주고 서로 멘토-멘티가 돼서 실행착오를 줄여 보자 하는 거죠.

재수: 실질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 정부의 부정부패를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거주자 증명서 하나 떼는 것도 한국에서는 일도 아닌데 언더머니를 내지 않으면 할 수가 없는 것이 힘들어요. 참 무언가를 시작하기 쉽지 않은 나라다.. 생각이 들었죠.

동진: 저는 현지 직원이 제가 보는 앞에서 뭘 쓰고 있기에 봤더니 이력서를 쓰고 있는 거예요, 너무 보란 듯이 쓰고 있어서 상처를 받은 적이 있어요(웃음)

경섭: 지금은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얘기지만 제가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 때 실수했던 게 너무 한국식으로 직원들을 대했었어요. 이 나라 기준으로 봤을 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준다고 하면서 채찍을 너무 쎄게 준거에요. 어느 날부턴가 이 직원이 월급을 받고 안 나오더라고요. 처음에는 그 직원이 많이 미웠는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그 직원이 할 정도로 제가 잘못 한 거죠. 캄보디아의 문화나 사람들의 성격을 제가 잘 파악하지 못했고 잘해주지 못했으니까.. 지금은 그때의 일이 큰 교훈이 된 거 같아요. 한국인의 기준을 들이대면서 그 사람들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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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코시티 상가에 위치한 TIME 매장

 -비슷한 꿈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팁을 공유 해주시자면.

동진: 개발도상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막상 와서 보니 저는 돈 싸움인거 같아요. 아주 색다른 것, 틈새시장을 노리는 게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들어와서는 6개월 만에 접고 가는 것도 굉장히 많이 봤어요. 여기는 돈 그 이상의 가치를 우선시 하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경섭: 제 생각은 달라요. 캄보디아는 소자본으로 성공할 기회가 많은 나라는 맞는 거 같아요. 성패는 ‘캄보디아의 문화, 사람들을 얼마나 이해하느냐’ 겠죠. 캄보디아에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이 이 나라를 사랑하고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인지를 먼저 점검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재수: 제 생각에는 한국정부에서 제공하는 시드머니가 많이 있는데 그런 제도들을 청년들이 잘 활용했으면 좋겠고 와서 당장 돈을 벌겠다는 마음보다는 차근차근 언어를 배우고 이 나라에 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오셔야 사업도 성공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비자라든지, 병원이라든지, 치안 같은 자국민으로서 보호받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커요. 꼭 해외에서 살아야겠다. 하는 분들은 그 나라에서 살아야겠다는 명확한 이유가 있어 야해요.

현민: 정부 지원 자금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서 우려되는 것은 제도적인 허와 실이 있다는 거예요. 처음에 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지원자금은 분명 비빌 언덕이 되지만 요구되어지는 책임들이나 업무들이 상당히 많아요. 이런 지원제도들이 좋다면 청년들이 다 살아남아야 되는데 제가 여태까지 4년 있으면서 본 결과로는 저 같은 청년들이 66명 정도 나왔는데 지금 남은 청년은 4명밖에 안돼요. 반대로 자기 돈을 갖고 배수진(背水陣)을 치고 일하는 경섭 사장님 같은 청년들은 더 생존율이 높아요. 그 이유가 쉽게 받은 돈이기 때문에 포기하고 다 쓰면 금방 돌아가는 청년들이 많고 결국에는 그 업무들을 정부에서 요구하는 문서에 맞춰 하다보면 정작 내 일에 집중할 시간이 없고 번 돈이 없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건 눈 먼 돈을 찾아서 떠나지 말고 자기 아이템에 따른 ‘선택과 집중’을 잘하셔야 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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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시골지역 학교에 정수 공급 설비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문동진 지부장

 

-생활하시면서 재미있거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동진: 저는 길에서 캄보디아 말 배워 보려고 현지 분에게 말을 걸었는데 페이스북을 알려달라고 하더니 그 후로 매일 연락이 오더라고요.(웃음)

경섭: 저도 저희 매장 옆에 있는 빵집 직원이 페이스 북으로 알러뷰 라고 보내고 페이스 톡을 해요. 근데 그 직원이 남자에요(웃음) 자꾸 마주칠 때 마다 야릇한 눈빛으로 쳐다봐서 그 쪽 앞으로는 잘 안 지나다녀요.

현민: 국적과 성별을 뛰어넘는 매력의 사나이시군요.

경섭: 제가 전에 한국 가있을 때 저희 직원한테 문자가 왔는데 “오늘은 손님이 많았다, 손님이 많아서 힘들지만 손님이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잘 못하는 영어로 보내준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마음이 찡~~ 하더라고요.

 

-지금 하시는 일을 통해 이루고 싶으신 목표가 있다면요.

현민: 사실 제 사업을 계속 하고 있는 이유는 직원들이 가장 큰 거 같아요. 저희 가게는 시간을 굉장히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어떤 친구는 주 3일 오전에만 일하고 어떤 친구는 주 5일 오후에만 일해요. 직원들 얘길 들어보면 학교를 다니면서 일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대요. 저는 이 직원들을 제가 계속 데리고 있고 싶다 이런 마음보다도 이 친구들이 나중에 더 좋은 직업을 찾아서 가더라도 저희 가게가 무사히 학업을 마치는데 보탬이 되는 일자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그리고 저는 테크놀로지나 적정기술이 뜬다고 하지만 수공예부분도 유지 돼야 된다고 생각하는 한사람으로서 메이킹 스페이스를 더 크게 만들고 싶고 가죽뿐만 아니라 나무나 종이같이 버려지는 자재들과 관련한 업사이클(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센터도 짓고 싶어요.

경섭: 캄보디아에서 의류 매장하면 ZANDO가 가장 큰 매출을 내고 있는데 저희 ‘TIME’도 캄보디아사람들도 많이 알 수 있는 매장으로 키우는 게 목표에요. 이번년도 내에 2호점을 내려고 계획 중에 있어요. 또 제가 캄보디아에 있으면서 느끼는 점이 사회적 기업들도 많고 NGO도 많다보니 주변에 그런 일을 하는 친구들이랑 교류가 있으면서 저도 느끼는 바가 많아요. 먼저 직원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고 궁극적으로 더 나아가서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어요.

동진: 저는 개발도상국의 문제들을 해결 개발도상국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쌓고 싶어요. 근데 그게 제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캄보디아의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거 같아요. 저는 어디까지나 외국인이고 이 나라의 주인이 아니니까요. 주인들이 이 문제를 앞장서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특히 교육을 통해서 풀어내는 것이 제 궁극적인 목적입니다./엄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