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순칼럼] 지구촌 식량문제 해법

기사입력 : 2017년 11월 29일

에스키모 부부는 전도에 나선 서양 선교사의 방문을 받는다. 에스키모 남편이 낯선 방문객을 귀한 손님으로 맞아 꿈틀거리는 구더기 요리를 내놓지만 대경실색하며 마다한다. ‘대접이 부족해서인가?’, 상심한 남편은 자신의 아내를 선교사의 잠자리에 들여보내는데, “이것은 대죄!”라며 격하게 거절한다. 극진한 환대에 대해 심한 모욕감을 느낀 남편은 선교사를 구타해 살해하기에 이른다. 고전영화 의 스토리다. 엄마 없이는 점심 메뉴조차 못 고를 것 같은 요새 꽃미남 스타일과 달리 ‘곰과 사나이는 못생길수록 매력적이다’는 속담에 제격인 안소니 퀸이 에스키모로 열연한다. 고립되어 살았던 에스키모 전통사회에는 아내를 빌려주는 대처제(貸妻制)풍습이 있었다. 근친혼 예방은 물론 우수한 외부 유전자를 통해 강인한 부족으로 번성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시쳇말로 스펙이 좋은 나그네라도 맞게 되면 그 씨를 받기 위해 부녀자들이 줄을 섰는데, 손님을 환대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아내 빌려주는 것을 꺼리는 남자는 염치를 모르는 사람이라 하여 이웃으로부터 따돌림당했다). 구더기 또한 적정한 온기가 있어야 서식할 수 있으니 척박한 얼음 나라에서는 특별한 요리였을 터인데 눈치 없는(?) 선교사께서 손님 예우를 저버리는 바람에 참사를 당하고 말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세계기아문제를 해결하려면 곤충과 벌레를 식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2050년에는 세계인구가 90억에 육박할 것인데 영양이 풍부하고 친환경적인 데다 사료비도 적게 드는 곤충 양식은 식량문제의 좋은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캄보디아에 처음 왔을 때 길거리에서 곤충 튀김을 사 먹는 광경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1970년대 크메르루주 시절의 지독한 궁핍에서 비롯된 식문화라고 한다. 에스키모처럼 특수한 환경이 아니고는 이처럼 최악의 상황에서나 먹는 게 곤충인데 미래 인류의 식사 대안이 욕지기가 치미는 버러지라니, 기사를 접하고 마음이 편치 않다. 식량문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세계 식량 생산량은 인구증가를 고려해도 충분한 양이라고 한다. 세계 인구 9억은 굶주리고 20억은 영양부족인 데 반해, 15억은 과식을 일삼고 먹거리의 3분의 1이 버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 또한 기아는 식량부족 문제가 아니라 부패 정권, 유통 농간, 분배 왜곡에서 원인을 찾는다. 벌레요리 연구에 공을 들이는 일도 좋지만 나눔의 방식에 대한 연구가 훨씬 시급하고 현실적인 해법이 될 테다.

세상은 힘들게나마 진보 쪽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시시비비는 똑똑한 사람들이 잘 가리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벌레 요리로 삶의 시름을 달래기는 조금 그렇다. 콩고기처럼 단백질 추출 식품 정도라면 모를까. 음식이란 창자를 충족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시선으로, 촉감으로, 미각으로, 추억으로 즐기는 게 아니던가. 그나저나 2050년이면 나야말로 구십을 바라보는 망구(望九)아닌가, 질긴 소갈비보다는 야들한 구더기덮밥이 더 나으려나?(그때는 식사대접 자주할게요.)/나순(건축사, UDD건설 naarc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