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축복과 행운을 바라는 마음

기사입력 : 2017년 02월 23일

五福臨門運氣旺(오복이 집안에 깃들고 운수 대통하기를!)
出入安平事事成(드나드시는 분 모두 평안하시고 일마다 두루 이루시기를!)
福到家平平安安(집안에 복이 깃들고 두루 평안하기를!)

프놈펜 신시가지 벙축시장 근처의 플랫하우스 단지의 집집에 붙어 있는 글귀 중 몇 개다. 플랫하우스 대여섯 가구 중 한 집 꼴로 이런 글귀가 붙어 있는데, 모두 빨간색 바탕에 한자로 쓰여 있다. 사람들이 드나드는 현관문 양쪽이나 문틀 위에 이런 글귀를 붙여 그 집에 살거나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복이 내리고 행운이 깃들고 일이 잘되기를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건강과 재물이 충만하기를 비는 내용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집에는 모두 화교나 중국계 캄보디아인이 사는 걸까?

프놈펜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중국 색깔이 나는 건물이나 주택을 흔히 볼 수 있다. 캄보디아에 살고 있는 화교나 중국계 캄보디아인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순수 캄보디아인들 중에서도 중국계의 생활과 풍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이재에 밝고 근면해서 사업 성공률이 높은 화교나 중국인들을 따라가고 싶어 하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집안에 복이 깃들고,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하는 일이 다 잘돼서 부자가 되기를 비는 마음이야 인지상정이겠지만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매우 강렬하다.

캄보디아는 불교 국가다. 국민의 90% 이상이 불교를 믿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일생 동안 이루어지는 주요 의식은 불교와 떼어놓을 수 없다. 큰 명절이나 기념일은 물론 가정사의 대부분은 불교 의식에 따라 치른다. 이삿날을 잡거나 결혼 예식을 치를 때에도 스님에게 물어서 결정하는 게 보통이다. 정부나 관공서에서 하는 행사에서도 대부분 본 행사에 앞서 스님이 하는 의식이 펼쳐진다.

캄보디아 설날이나 프춤번 같은 큰 명절에는 물론 무슨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캄보디아 사람들은 꼭 절을 찾는다. 불상이나 스님 앞에 예를 표하며 돈이나 음식, 예물을 바치고 가족이나 자신의 복을 간구한다. 불교의 심오한 철리를 탐구하기보다는 자신의 소원을 비는 데 치중하는 것 같다. 몇몇 젊은 친구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왜 캄보디아 사람들은 절을 자주 찾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부처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절에 가면 마음이 편하고 하고지 하는 일이 잘 될 거라는 믿음 때문이라는 대답이 주류였다. 현세구복신앙의 특징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년 12월초가 되면 프놈펜 시내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장식물이 설치된다. 특히 호텔이나 식당, 패스트푸드 음식점은 크리스마스 추리와 꼬마전구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린다. 직원들은 산타 모자를 쓰고 밝은 웃음으로 손님을 맞는다. 젊은이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친구나 친지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는 사람도 많다. 크리스마스는 분명 기독교인의 축일이자 명절이다. 대부분이 불교를 믿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질적인 종교 의식에 별로 거부반응이 없다. 좋은 일이라면 오히려 함께 어울리고 즐기려는 경향이 짖다. 축복을 받고 행운을 얻으려는 마음이 강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