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견제와 재관여

기사입력 : 2011년 10월 17일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 직전 워싱턴포스트지와 서울에서 가진 인터뷰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11일 인터넷판 기사로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의 부상으로 아시아 국가들이“안보, 평화,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를 우려하고 있고, 이 때문에 미국의 재관여(reengagement)가 중요하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는 이것이 오보라고 주장했지만, 인터뷰 내용을 지면으로 보도한 다른 기사도 이 대통령이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관여(engagement)를 강조하고 미국에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기대하는 내용의 발언을 인용했다. 대통령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바란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렇다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최근 미·중 간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동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런데 어느 한편과 동맹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에 대처하는 것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한·미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발상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당시 한·미동맹의 강화를 강조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 중국과의 관계도 잘 풀릴 수 있다는 논리가 등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 방향으로 발전되었다. 중국이 자신을 미국과의 종속관계로 전락시키는 논리를 환영할 리 없기 때문이다.

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이 첫 중국 방문을 시작하던 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동맹을 냉전시대의 낡은 유산이라고 비판한 이후 한·중관계는 껄끄러운 상태를 유지해왔다. 최근 베트남이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보이자 중국이 이에 강경한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카드를 노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인접해 있는 우리로서는 중국의 군비증강, 인권문제 등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의 해결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 문제들을 당당하게 제기하려면 역내의 문제는 지역국가들과 지역주민들이 주체적으로 해결해간다는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주장이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한다면, 위의 문제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중국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반발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 도전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양국의 신뢰를 증진해야만 이 도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우려된다.
/ 정동칼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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