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가까운 나라 한국

기사입력 : 2016년 10월 13일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들어온 중고 의류가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중고 의류를 파는 곳이 프놈펜 시내 곳곳에 있어서 값 싸고 품질 좋은 한국 중고 의류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았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 생산되는 의류의 품질이 좋아지고 저렴한 옷들이 다양하게 나오면서 해외의 중고 의류를 찾는 고객은 줄어들었다. 그 대신 패셔너블하면서 비싸지 않은 외국 의류가 중고 의류를 대체해 나가는 추세다. 중저가 브랜드 의류매장이 프놈펜 시내 여러 곳에 문을 열고, 이와 함께 함께 한국 의류를 취급하는 매장도 여러 개 생겼다.

캄보디아 전국을 누비는 중소형 트럭과 다인승 승합차는 단연 한국의 중고차다. 대부분 나온 지 10년 이상 된 차들이고 더러는 30년 가까이 되는 것도 있지만 이런 차들이 캄보디아의 물류와 승객 수송의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한때는 한국에서 들어온 중고 오토바이가 프놈펜 시내를 활보하고 다녔지만 요즘에는 가끔 눈에 띌 정도다. 길에서 마주치는 이런 차들 중에는 각종 학원, 유치원, 택배 회사, 운수 회사 등의 한글 상호나 장식을 그대로 달고 다녀서 한국인으로서 친근감이 들기도 한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청량음료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코카콜라일 것이다. 그 다음을 꼽으라면 한국산 바카스가 아닐까? 맛이 비슷한 여러 음료를 제치고 몇 년 사이에 박카스가 캄보디아 청량음료 시장을 평정했다. 5년 전만 해도 캄보디아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는 레드불이었다. 이를 밀어내고 박카스가 전국의 아이스박스를 점령해 버렸다. 도시 지역뿐만 아니라 시골 구석구석의 구멍가게까지 박카스 캔 음료가 자리를 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운전자들이나 더러 찾는 음료(한국에서는 음료가 아니라 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가 캄보디아에서는 대중적인 건강 음료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요즘 마트의 식품 코너에 가면 어디를 막론하고 김치가 진열되어 있다. 한국인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김치를 찾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치를 몇 번 먹어 본 사람이라면 금세 김치에 익숙해져서 김치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비교적 짜게 먹는 식성에 쌀과 야채를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이라 김치 맛에 쉽게 적응하는 것 같다. 한국 라면은 마트의 인기 상품이다. 캄보디아나 태국 등에서 생산되는 라면이 있지만 그런 것들보다 한국 라면을 더 좋아한다. 근로자로 한국에서 일하다가 돌아오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소주와 막걸리 판매량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미용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인기있는 것은 한국 화장품이다. 많은 브랜드의 화장품이 들어와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중저가를 찾는 사람들이 주류라서 두각을 나타내는 제품은 없는 것 같다. 비교적 값이 싼 중국산이 금세 시장에 치고 들어오는 것도 한국 화장품이 선전하지 못하는 이유다. 현지인을 겨냥한 미용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한국의 성형외과도 프놈펜에 문을 열고 고객 확보에 나섰다. 미용에 대한 욕구는 크지만 소비 여력이 취약해서 이런 분야가 성장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한국의 스마트폰과 각종 전자 제품은 이제 캄보디아 사람들의 생활 속의 일부분이다. 밖에 나가면 이런 것들은 홍보하는 광고판이나 간판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렇듯 한국 문물을 접하며 한국에 친숙해지고 인적 교류를 통해 한국과 친근해지고 있다.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한국은 가깝게 느껴지는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