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교육 현실과 변화의 바람

기사입력 : 2016년 09월 16일

직원의 만 네 살짜리 딸아이가 유아원에 다닌다. 다닌 지 1년이 채 안 되는데 가끔 영어로 말을 건넨다. ‘이 색깔은 노란색이에요.’, ‘이것은 의자예요.’ 등 초보적인 영어지만 그 나이에 영어를 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아침에 산책을 하다 보면 학원 차들이 아이들을 싣고 가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유아원이나 학원에 가는 아이들인데, 그런 곳에서는 대부분 영어를 가르친다. 오전에 학교 수업이 있는 학생들은 오후에 학원에 가서 영어를 배운다. 프놈펜 시내에는 인터내셔널 스쿨이라고 간판을 내 건 학교들이 많은데, 이 중에서 학력 인증이 되는 진짜 인터내셔널 스쿨은 몇 개 안 되고, 대부분은 영어 학원들이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이런 데서 영어를 배운다. 물론 집안 형편이 좋은 아이들 얘기고 학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나고 캄보디아 학생들이 공부를 더 하기 위해 가는 곳은 십중팔구 영어 학원이다. 각종 입시 학원과 과목별 특수 학원, 예체능 학원, 기술 학원 등 한국에는 무수히 많은 학원이 있지만 캄보디아는 그렇지 않다. 영어 학원 이외에 컴퓨터 학원이나 중국어, 한국어 등 외국어 학원이 좀 있을 뿐 다른 것을 가르치는 학원은 극히 드물다. 프놈펜 시내 곳곳에서 흔히 눈에 띄는 것은 영어 학원이다. 그 만큼 캄보디아 사람들은 영어를 배우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해서가 아니라 장차 사회에 나가서 취업하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부는 학교 수업으로 거의 끝난다고 볼 수 있다. 집안 형편이 좋은 아이들은 개인 교습을 시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렇지 못하다.

대학에 개설돼 있는 학과를 들여다보면 캄보디아의 교육 현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회계, 경영, 경제, 영어, 컴퓨터(IT) 등은 대부분의 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반면, 기술이나 공학 관련 학과가 개설되어 있는 대학은 거의 없다.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등 순수 학문을 가르치는 곳도 프놈펜대학에 일부 학과가 있을 뿐이다. 노동부 산하에 기능인 양성을 위한 기술대학이 있는데, 학생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공부를 마치고 나와도 취업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영어 학원이 무수히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웬만한 대학에는 거의 영어 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기술이나 기능 습득보다는 영어 수준을 높이려는 학생이 많아서 그렇다.

캄보디아에서 어려서부터 유아원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학생 비율은 매우 낮다. 대부분은 초등학교부터 학업을 시작한다. 프놈펜 같은 도회지에서는 유아원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이 많고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 비율이 높지만 지방으로 가면 현격하게 떨어진다. 초등학교 6년을 다 마치지 못하고 학업을 끝내는 경우도 흔하다. 교육 환경이 열악하고 교육 내용이 빈약한데다가 교육 기회를 잃는 비율이 높다 보니 인적 자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캄보디아가 발전하기 어려운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얼마 전에 고등학교 졸업 자격시험이 치러졌다. 9만여 명의 응시생을 대상으로 이틀간 시험을 치르는 데 40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갔다고 한다. 캄보디아의 재정 형편상 무척 많은 비용이 들었다. 시험 관리의 핵심은 커닝 같은 부정행위를 막는 것이었다. 시험 감독 교사 수당으로 1인당 100달러씩 주고(월급의 40% 정도), 부패방지위원회에서 6,000여 명이 부정행위 방지와 감시에 투입되었다. 3년째 계속해 온 이런 조치로 졸업 시험 부정행위가 획기적으로 감소하고 학생들의 평소 학습 태도가 월등히 좋아졌다고 한다. 교육 개혁의 시발치고는 이채롭지만 공부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효과가 크다. 교육의 새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