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유능한 인재

기사입력 : 2016년 05월 23일

“한국말 잘하는 사람 좀 없습니까?”
“한국말은 못해도 좋으니 심성이 좋은 사람 있으면 보내 주세요.”
캄보디아에서 사업을 하시는 분들로부터 이런 전화를 자주 받는다. 직접 방문해서 사람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학교를 운영하면서 한국어를 가르쳤으니까 쓸 만한 인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런 부탁을 해 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부탁을 들어 주기가 쉽지 않다. 한국말을 잘하는 젊은이가 드물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직업인으로서 최소한의 기본도 안 갖춘 이들이 많아서 원하는 능력과 자질을 가진 사람을 맺어 주기가 어렵다. 이 정도면 괜찮겠거니 하고 사람을 추천해 주었다가 쓰시는 분들에게 좋은 소리를 못 듣는 경우가 너무 흔해서 요즘은 웬만하면 사람 추천을 해 주지 않는다.

취업을 원하는 캄보디아 젊은이들로부터 이력서를 받아 보면 대부분 그 내용이 무척 화려해서 놀랄 때가 있다. 두 개 이상의 대학을 졸업한 경우는 보통이고 정규 과정 이외에 별도로 영어나 컴퓨터, 회계 등 몇 개의 과정을 공부했다는 이력을 덧붙인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이력서만 보고 해당 업무에 잘 맞을 거라고 판단해서 사람을 채용했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꽤 많다. 어찌어찌해서 과정은 거쳤지만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것이 해당 업무에 바로 직결되기는 어렵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업무에 적응하는 실무 과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배워서 습득한 내용이 너무 빈약해서 개개인의 기본 소양으로 발현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을 시켜보면 공부를 한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첫째는 교육의 문제다. 초중고 학생들의 교육 환경과 내용을 들여다보면 캄보디아의 미래가 암담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 두세 시간 남짓, 과목별 교과서 한 권이 고작이고 교육 기자재나 부교재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교사의 수준이 매우 낮아서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 교육 과정도 도구 교과 위주로 짜여 있고, 예체능이나 심성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능력이 좀 있는 집 자제들은 학교 밖에서 별도로 영어나 컴퓨터 등을 공부하고, 고위 권력층이나 좀 더 여유가 있는 집 자제들은 아예 캄보디아 정규 학교를 거치지 않고 국제학교나 외국 유학의 과정을 밟는다. 대학 교육도 교육 환경과 내용이 초중고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이 취업에 직결되는 과정 위주로 학과를 개설하고 있는데, 실습이나 실기, 실무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교수 요원은 학사 학위 소지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둘째는 의식의 문제다. 취업을 해서 직업을 가지려면 직업인으로서 책임감과 성실성, 신뢰도 등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 있는데, 캄보디아 사람을 써 보면 이 부분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금세 느끼게 된다. 의식이야 개개인이 기르고 갖춰야 할 것이지만 직업 환경을 둘러보면 빈약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선다. 한국 같으면 학교나 가정에서 비중있는 의식 교육을 받기도 하지만 성장하면서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습득하는 것이 많다. 직장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지고, 어떻게 해야 잘 적응할 수 있고, 직장인으로서 갖춰야 할 것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터득한 상태에서 취업을 하게 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교육과 훈련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이에 반해 캄보디아는 어떠한 사전 지식도 갖기 어렵고 사후 훈련도 받기 어렵다. 직장 윤리나 직업의식을 터득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유능한 인재를 찾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