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캄보디아의 소리와 음악

기사입력 : 2016년 01월 28일

캄보디아의 아침은 오토바이 소음으로 시작된다. 6시가 조금 지나면서 시작되는 아침 출근 시간, 프놈펜 시내 도로는 오토바이 행렬로 매우 번잡스럽다. 신호 대기에 멈췄다가 출발하는 오토바이 엔진 소음 때문에 사거리 같은 곳은 온종일 굉음 속이 묻힌다. 프놈펜 시내 차량 제한 속도가 40km지만 그것을 지키는 오토바이 운전자는 별로 없다. 길만 뚫려 있으면 쌩쌩 달리기 때문에 한낮에는 시내가 온통 오토바이 소음으로 가득 찬다. 그나마 요즘에는 교통량이 많아서 외곽지를 빼고는 맘껏 달릴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시골로 가면 풍광이 사뭇 다르다. 평상시에는 가끔 오가는 오토바이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릴 뿐 늘 조용하다.

이 세상을 하직하고 저 세상 문을 두드리는 신호인가? 캄보디아의 장의차는 캄보디아의 고유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을 크게 울리면서 화장장으로 향하는데, 함께 살았던 사람들의 체취를 가득 담아 보내려는 듯 가장 복합한 아침 출근 시간에 주로 지나간다. 서행하는 장의 차량으로 인해 출근길 풍경이 일시에 달라진다. 맨 앞에 운구차가 서고 그 뒤를 따르는 차량과 오토바이가 긴 행렬을 이루는데, 수행하는 사람들의 대열이 100여 미터가 넘을 때도 있다. 장의차가 지나갈 때만큼은 틈바구니를 찾아 앞 다투어 달리던 오토바이족들이 잠시 점잖아진다. 죽은 자에게 만큼은 길을 양보하려는 예의가 아닐까.

캄보디아만큼 결혼식을 요란하고 성대하게 치르는 나라가 또 있을까? 결혼식 날이 되면 새벽부터 확성기 볼륨을 맘껏 올려 음악을 틀어대는 바람에 일대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새벽잠을 설쳐야 한다. 그러나 이에 불평하는 캄보디아 사람은 하나도 없다. 친척과 친지, 이웃 사람들이 모여 성대한 축제를 뻑적지근하게 즐긴다. 결혼식 내내 노래와 춤이 끊이지 않아 결혼식이 열리는 인근은 온종일 음악 속에 파묻힌다. 특히 결혼 시즌인 건기에 이런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명절 연휴 기간에 캄보디아 TV 방송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 방송 저 방송 돌려가며 무엇이 방송되나 봤더니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노래와 춤이었다. 캄보디아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들과 남자들이 어울려 가수의 노래나 악단의 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 온종일 나왔다. 일정한 템포와 같은 동작으로 서로 어울리는 것을 보면 어려서부터 몸에 밴 춤사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명절 기간에 밖에 나가도 여기저기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캄보디아 사람들은 노래와 춤을 유난히 좋아한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고유한 전통을 지닌 행사는 물론 일반 행사에서도 캄보디아 전통 음악 연주가 거의 빠지지 않는다. 이런 연주에 등장하는 악기는 나무 건반을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건반 악기(실로폰과 유사)와 현으로 줄을 비벼서 소리를 내는 현악기, 그리고 금속과 나무를 쳐서 소리를 내는 타악기가 기본인데, 반복적인 리듬과 고음의 선율이 특징적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현대적인 가요도 좋아하지만 전통적 선율의 가요도 즐긴다. 전통적인 선율의 가요가 거의 사라진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그렇지만, 요즘 캄보디아 신세대들은 한국의 K팝을 비롯한 새로운 조류의 음악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다. 음악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행태는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시대 변화에 따라 소리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