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불편해도 불평이 없다

기사입력 : 2016년 01월 28일

옆집 개 짖는 소리에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두 시 반, 한 시에도 개 때문에 잠이 깼었는데 또 잠이 깨고 말았다.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가 바로 숙소 창 밖에서 합창을 하니 여간 시끄럽지 않다. 1주일에 한두 번은 이래서 종종 잠을 설친다. 참다 못 해 며칠 전에는 직원들 시켜서 이웃집에 불편을 얘기했다. 그 영향인지 지난 1주일은 별 일 없이 보냈는데 다시 소음 공해가 시작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침에 밖에 나가면 마당 이 곳 저 곳에 실례를 해서 그놈을 치우는 것도 고역이다.

캄보디아에서는 도시 안에서도 보통 개를 밖에 놓아기른다. 밖에 돌아다니는 개를 흔히 볼 수 있다. 아침에 조깅을 하다가 개에 물리는 사람도 종종 있다. 우리 직원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개에 물린 적도 있다. 그래서 길을 갈 때에는 오토바이도 조심해야 하지만 개가 있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밤이나 새벽에 여기저기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데, 캄보디아 사람들은 개가 짖는 데는 별로 불평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집만 해도 함께 기거하는 캄보디아 사람이 많은데 한 번도 개 소리를 탓하는 사람이 없었다. 직원에게 옆집에 말 좀 하라고 했더니 별로 탐탁치 않는 눈치였다.

요즘은 캄보디아 결혼식 시즌이다. 차를 몰고 다니다 보면 예기치 않는 장애물에 막혀서 차를 돌릴 때가 종종 있다. 길에 차일을 치고 결혼식을 하기 때문이다. 주택가 골목은 물론 프놈펜 시내 주요 간선도로에도서도 이런 일이 흔히 있다. 길 일부나 전부를 막아 식장을 마련하고 손님을 받는다. 차가 밀려서 북새통을 이룰 때도 있지만 캄보디아 사람이라면 누구 하나 불평하는 기색이 없다. 이럴 경우에는 진입하기 전에 알 수 있도록 길이 막혔다는 안내 표지라도 해 주면 좋을 텐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도로 공사를 하는 곳도 마찬가지다. 안내 표지나 안전 요원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운전자가 알아서 다녀야 한다.

몇 시간 단전이 되어도, 온종일 단수가 되어도 미리 알려 주는 일은 없다. 그런가 보다 하고 기다려야 한다. 이런 일로 생활이 불편해도 캄보디아 사람들은 별 불평이 없다. 그저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며칠째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서 업무 처리에 지장이 컸다. 직원이 인터넷 서비스 회사를 바꿔야 될 것 같다고 해서 그럴 필요 없겠다고 했다. 이런 일로 해서 벌써 너서 번은 바꿨는데 바꿔 봐야 또 마찬가지일 것 같아서였다. 전에는 이런 것을 참지 못해서 직원들을 닦달하기도 했는데 어느 새 내 자신이 달라져 있었다. 캄보디아 체질에 많이 익숙해진 탓이다.

아파트 층간 소음 때문에 이웃끼리 분쟁이 잦아지고 급기야는 살인에까지 이르는 일이 한국에서 있었다. 가끔 마주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목례라도 나누며 살았더라면 그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이웃사촌이 아닌 이웃 남남으로 살다 보니 정이 메말라서 빚어지는 일이다. 캄보디아에서 운전을 해 보면 한국과 다른 점이 여럿 있다. 교통질서는 한국이 잘 지키는 편이지만 양보 정신은 캄보디아가 훨씬 높다. 체증으로 길이 꽉 막힌 곳에서도 끼어들기를 하려 하면 대부분 길을 터 준다.

남 때문에 내가 좀 불편하고 괴로워도 캄보디아 사람들은 잘 참으며 사는 것 같다. 그러니 한밤중에 개가 좀 짖어댄다고 뭐라고 하겠는가? 마음까지 캄보디아 사람을 닮아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