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수수한 옷차림

기사입력 : 2016년 01월 13일

한 해가 저문다. 올해는 우기가 끝나고도 한창 더웠는데 12월 말에 들어 좀 시원해졌다. 11월말부터 건기 3개월간은 낮 기온이 30도를 밑돌고 최저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지기도 해서 캄보디아에서는 가장 살기 좋은 계절이다. 한밤의 기온이 더러 17도 가까이 떨어지는 이상 기온이 찾아오기도 해서 노숙을 하다가 얼어 죽는 사람이 나오기도 하는 때가 이 시기다. 날씨가 바뀌면서 사람들의 옷차림이 조금 달라졌다. 긴팔 상의를 입은 사람이 늘어나고 밤중에는 두꺼운 외투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도 더러 눈에 띈다. 엷은 스웨터를 입고 다니는 여성들도 꽤 많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옷차림은 비교적 단출하다. 늘 더운 날씨에 살다 보니 가벼운 옷차림이 대세다. 평상시에는 청바지나 면바지에 티셔츠나 남방을 주로 입고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캄보디아 전통 예복을 즐겨 입는다. 집안에서는 웃통을 벗어 제치고 사는 남자들이 더러 눈에 띄지만 밖에 나갈 때에는 긴 바지를 주로 입고 짧은 팔 셔츠보다는 긴 팔 상의를 걸치는 게 보통이다. 더운 열대 지방이라 자연스레 노출이 심할 것 같지만 길에서 짧은 치마나 반바지 차림의 여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낮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도 긴 바지와 긴 팔 상의를 입고 모자나 수건으로 얼굴까지 가리고 다니는 여성이 많다. 강한 햇볕에 피부가 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런다고 볼 수도 있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에게 맨살을 보이는 것을 꺼리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의식이 그렇게 의생활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TV를 보면 출연자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나오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일반 출연자는 물론 가수들까지 긴 치마의 정장 차림이 보통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즐겨 보는 뮤직 비디오에 나오는 여자 가수들의 의상은 거의 정장이요 전통 예복이다. 결혼식 때 신랑 신부가 입는 의상은 매우 호화롭다. 황금색이나 갈색 황토색이 주조를 이루고 디자인이 매우 세련되어 있다. 그러나 결혼식 때 입는 옷은 평소에 일반인이 즐겨 입는 옷은 아니다. 왕실에서나 입던 옷이 결혼 예복으로 자리잡은 것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간소한 옷차림으로 살지만 결혼식만큼은 여자가 잠시나마 호사를 누린다. 며칠간 계속되는 결혼식에서 신부가 갈아입는 옷이 열 벌이 넘을 정도다. 돈이 있는 사람은 그 많은 옷을 자신에게 맞는 것으로 맞추어 입지만 대부분은 예복을 임대해서 결혼식을 치른다.

‘옷 두세 벌로 평생을 산다.’
캄보디아 서민들의 얘기다. 추위가 없는 나라라 몸을 가릴 수 있는 옷 몇 벌만 있으면 살아가는 데 문제가 별로 없고, 옷을 사 입을 수 있는 형편이 못 되다 보니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산다. 그런데, 요즘 프놈펜 곳곳에 고급 옷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외국의 유명 브랜드도 많이 눈에 띈다. 점점 패션 감각에 눈을 뜨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요 생활 형편이 나아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패션을 선도해 나가는 젊은층 고객들의 발길이 잦다. 옷이 몸을 가리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을 뽐내는 멋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우기에서 건기로 들어선 요즈음, 좀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는 등 사람들의 옷차림이 조금 변한 것으로 계절이 바뀜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늘 수수한 옷차림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