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heers] 부 모

기사입력 : 2014년 08월 04일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 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를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를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 김소월의 시 -

* 낙엽이 우수수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밤. 어머님과 둘이 앉아 옛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 본다. 나는 어쩌다가 생겨나와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가. 꼭 대답을 듣고 싶어서가 아니다. 지금 어머님과 나, 그리고 나중에 다시 어느 아이의 부모가 되어 있을 나, 그리고 나중에 다시 어느 부모가 되어 있을 나, 그렇게 이어오고 이어가는 우리들 생의 근원은 깊고도 깊다.

** 새벽녘 달빛이 교교하다. 마치 두고 온 한국의 산하가, 그 소리가, 그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기만 하다. 고향이라는 게 죽어도 잊지 못할 그리움의 덩어리인가 보다. 서늘한 바람이 스쳐간다.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나고, 벌써 하늘나라로 가버린 옛 친구 생각에 가슴에 먹먹 해지는 아픔이 있다. 도종환 시인의 해설이 아니더라도 김소월의 시는 떠나 온 우리들의 가슴을 후벼 판다. 고향을 떠나, 고국을 떠나 산다는 게 참 아픈 일이다./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