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캄보디아 여인네들이 품은 한은…

기사입력 : 2014년 06월 30일

지난 2005년, 외국의 어느 방송에서 캄보디아에서는 아들과 딸 들을 인신매매한다는 보도를 해 캄보디아 당국이 방송정정 보도를요구하며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자기 몸을 닦달하고 피흘려가면서 낳은, 그리고 자기의 몸의 일부이기도 한 자식을 판다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일까? 그렇지만 인간이라는 짐승들은 최악의 상황에 이르면 못하는 일이 없는 야수가 되곤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말이다.

어느 여인치고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여인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자기의 분신인 아기를 팔아야만 하는 가엾은 캄보디아의 여인네들이 부지기수였다. 갓난아기가 아닌, 열 댓살 되는 여자 아이들도 태국으로 팔려 나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하기야 목구멍이 풀칠하기도 어려우니 밥이라도 굶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곳, 허드렛일이라도 해서 먹고살라는 비통한 사연들이 줄을 잇는 시절이 있었다.

많은 여인들이 한 많은 인생을 살고 있겠지만 캄보디아의 여인처럼 한이 많은 여인도 없을 것이다. 너무나 어렵게 살았기에, 너무나 가난하기에, 자식들 제대로 먹여보지 못하고 배워주지 못하고 무지렁이를 만들었으니 어찌 한이 없을까. 그렇다고 남편으로부터 사랑을 제대로 받아보기나 했겠는가? 그러기에 캄보디아 여인들의 가슴은 한으로 채웠을 것이고, 그 가슴에 있는 모든 한스런 눈물을 다 쏟으면 메콩강의 물결보다 더 많을 것이다.

어느 날 어머니가 좋은 날을 받아 결혼이라는 것을 했는데 신랑이라는 사람은 허구한 날 동네 남정네들과 함께 건달행세나 하며, 얼굴이 반반한 여편네가 눈에 뜨이면 꽁무니를 따라 다니는 것이 보기 싫어서 내어 쫓았더니 다시는 집으로 찾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재산 하나 없는 몹쓸 남편은 주렁주렁 자식들만 만들어 두고 제비처럼 날라가 버렸으니… 당장 끼니ㄹ르 어찌할 꼬…그리고 왜 그리 자식은 잘 만들어지는가… 친정 부모들의 부스럭거리는 소릴 듣고 함께 부스럭 거렸더니 어느새 배가 불러오고 어머니와 딸이 한집에서 해산날을 기다리는 경우도 허다하였다.

아버지 어머니도 이렇게 살아왔으며 아들 딸 들도 이렇게 살 것이고 그 아들과 딸도 이러한 방식대로 살아 갈 것이다. 나이가 정확하게 몇 살인지도 모르게 살아왔다. 내가 죽으면 무엇이 될까? 살아생전에 부처께 공양하지 않아서 지옥에 떨어질 것이 두려워지기도 한다. 이승의 고통에서 해방되어 좋겠다고 하겠지… 그녀가 품었던 가슴의 한은 화장터의 연기와 함께 하늘로 향하여 멀리 멀리 날아 갈 것이다. 가여운 캄보디아의 어머니를 추모한다. /정지대

* 이 글은‘캄보디아 101가지 이야기’를 저술하신 고 이시영 선생님의 글을 리라이팅 한 글입니다. 캄보디아를 진정 사랑하셨던 고 이시영 선생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