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순칼럼] 유사 성행위와 부적절한 관계, 유사 검사와 부적절한 검사

기사입력 : 2012년 12월 12일

“침대에 오르는 것이 법률보다 먼저다”는 오래된 서구의 속담이 있다. 아름다운 여인의 낭창한 허리가 법조인들의 주장을 간단하게 번복하게 했던 역사적 기록은 여기저기 널려 있다. 어느 시대에나 권력의 주변에는 유혹이 따르기 마련이고, 고위층의 사람됨이 변변치 않으면 사회 꼴이 우습게 되는 것은 빤하다는 증거이리라. 한없이 나약한 존재인 인간에게 신격(神格)을 부여한 제도는 이렇듯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로스쿨 출신 새내기 검사의 성추문 사건은 검찰 위상이 위험수위에 달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검사라는 직위를 이용해, 절도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피의자와 유사성행위에 이어 부적절한 관계까지 가졌다고 한다.

‘유사 성행위’와 ‘부적절한 관계’ 당사자들의 성에 대한 주도권과 결정권을 두고 호사가들 사이에 야릇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남녀관계의 복잡 미묘한 정황을 칼로 두부 베듯 결론 내리기란 쉽지 않겠지만, 한창 의욕에 불탈 신참 검사의 저질 인성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뇌물수수, 편파적 수사, 성추문…엘리트 조직의 잇따른 파행은 납득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특유의 폐쇄적인 검찰 문화에 원인이 있지 않나 싶다. 인간이 인간을 처벌하는 자리야말로 사회적 지위로 최고점이다. 지위가 높아지면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와 알아서 모셔주기도 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도 수월해져 으쓱한 기분도 맛보게 되리라. 자칫 신분상승에 맛 들리다 보면, 본업보다 출세를 위한 ‘윗선 눈치 보기’에 힘을 쏟게 되기 십상이다. 피 말리는 경쟁을 뚫고 올라온 자리인데 시쳇말로 “알아서 기는” 분위기가 완강한 조직이라면, 인간성에 대한 신뢰보다 보상심리가 싹트게 되는 건 인지상정일 터이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혹독하게 구는 행태가 경직된 체제의 특성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한 국가에 있어서 권력이 아무런 견제세력 없이, 세속입지를 키워 나가려거나 재물을 늘이는 데만 열을 올리는 패거리에게 집중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을 것이다.

검찰민주화 요구와 법조인 임용 시스템 재검토 등,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부적절한 인사의 공직진출을 차단하기 위해 독립적인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심성이 곧고 성실한 학생들은 일치감치 공직자의 길로 유도한다. 국가자격 획득 전 후에 거쳐 혹독한 검증과정을 통과해야함은 물론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가 쇠퇴해가는 전조로 인재등용에 있어서 인간됨에 대한 평가의 인색함을 꼽는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식의 개혁, 서열만 보고 사람됨을 우대하지 않는 개혁을 백날 해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머리만 있고 가슴이 없는 인사가 고위직을 차지하는 것처럼 세상에 해가 되는 일도 없는데 말이다./ 나순 (건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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