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직도 힘든 농촌의 아이들아

기사입력 : 2014년 06월 17일

얼마 전만해도 캄보디아의 전역에는 강이나 시내에서 물을퍼다가 파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오토바이에 단 수레에
큰 드럼통을 싣고 비교적 물이 깨끗한 곳에서 양수기로 물을 퍼올려 싣고 가가호호를 다니며 물을 파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누가 부자인가는 알려면 물을 보관하는 커다란 항아리가 몇 개인가만 보면 금방 알 수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도시지역에는 수도가 설치되어 있어서 물을 파는 사람들을 볼 수가 없지만, 조금만 도시의 외곽지대로 나가면 물을 퍼다 파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러나 여유가 조금 있는 사람들은 물을 사서 먹지만, 그렇지 못한 집에서는 좀 큰 아이들이 물을 길어 조달합니다. 아이들은 대나무를 어깨에 걸치고 양쪽에 통을 걸어 물을 기르는 방법으로 일을 하게 됩니다. 마치 옛날 우리나라처럼 물지게로 나르는 것처럼. 깨끗한 물이 가까운 곳에 있는 곳에서는 별로 큰 일이 아니지만, 물이 멀리 있는 곳에서는 아주 힘이 드는 일입니다.

커다란 항아리 하나를 채우려면 보통 20통 정도의 물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보통 10번은 날라야 되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뜨거운 햇볕아래 무거운 물통을 10번 이상 나르려면 정말 힘이 들지요. 그래도 불평하지 않는 아이들입니다.

좀 힘이 센 아이들은 물을 길어 파는 일도 합니다. 커다란 항아리 한 통을 채워주면 300원 정도가 되구요. 그러면 쌀을 1kg정도 살 수 있습니다. 보통 농촌 가정의 식구가 6∼7인 정도이니까 하루 정도의 쌀을 살 수 있는 거지요. 참 어려운 일이지만, 캄보디아 아이들은 이런 일을 불평하는 적이 거의 없는, 가족을 사랑하고 특히 어머니의 일을 돕고 순종하는 그런 아이들입니다.

농촌의 아이들이 하는 중요한 중의 하나가 소를 먹이는 일입니다. 캄보디아에서는 소가 힌두교의 영향이 남아 있어서 인지 설화나 민화에서 성스러운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약 10여 년 전 만해도 소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소고기를 많이 먹지 않는 풍습은 농업국가에서 농업 노동력의 중심이 되는 소를 죽이는 것은 거의 죄악시 되었고, 특히 농업사회주의를 꿈꾸었던 크메르 루지 정권 때는 소를 죽이는 것은 중죄에 해당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다녀오면 너나 할 것 없이 소를 몰고 들판으로 나가게 됩니다. 그래서 캄보디아 관광엽서에서 자주 보게 되는 소를 타고 피리를 부는 사진과 같은 평화로운 정경을 일상처럼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 눈에는 평화롭게 보이지만, 이들에게는 너무나 고달픈 삶이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캄보디아의 들판에 소가 넘치는 그런 날을 꿈꿉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또 배움을 찾는 유일한 길이 열릴 테니까요./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