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빠일린

기사입력 : 2012년 10월 05일

 

크메르 루즈가 끝까지 남아있었던 그곳. 한때 풍부한 보석과 목재자원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캄보디아 서쪽 끝 도시 빠일린입니다.

빠일린 주는 바탐방주에 둘러싸여 있다. 빠일린은 지난 1996년 크메르 루즈의 No.3 이엥 사리가 최종적으로 훈센 군에게 투항하면서 공식적으로 바탐방주에서 잘려나가 독자적인 행정지역이 됐다. 빠일린주는 태국 국경 근처의 카다몸 산(캄보디아어로 프눔 끄러반) 최 북단에 위치해있다. 넓이는 1,062㎢이고 인구는 58,212명이다. 빠일린에는 2개의 군, 8개의 면 그리고 79개의 마을로 나뉜다. 프놈펜으로부터의 거리는 371km 이며 5번국도와 10번국도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빠일린’은 ‘페 레잉’(‘페’-수달, ‘레잉’-놀다)이라는 단어에서 변형된 단어이다. ‘페 레잉’이라는 말은 18세기경부터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에서 유래됐다. 어느 날 야생 동물 사냥꾼들이 동물들을 쫒다가 빠일린 지역의 깊은 정글 속까지 들어오게 된다. 사냥꾼들은 계곡에서 헤엄치던 수달떼를 발견하고 이를 쫒는데 수달은 사냥꾼을 피해 도망친다. 결국 수달들의 서식지까지 오게 됐는데 바로 그곳에서 바닥에 깔려있는 초롱초롱 빛나는 작은 보석들을 발견한다. 이후 사냥꾼들 사이에서 수달이 노는 이곳 ‘페 레잉’이 보석이 풍부한 지역으로 알려지게 되고, 나중에는 캄보디아 최대의 보석산지 ‘빠일린’으로 불리게 됐다.

빠일린 지역은 루비, 사파이이어와 같은 천연 보석과 고급 목재 등 자원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보석이 가장 많았을 시절에는 흙탕물을 지나고 신발을 씻어내다가 보석이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70년대 말 이엥 싸리가 이끄는 크메르루즈 군은 이와 같은 풍부한 자원을 노리고 이 지역을 점령했다. 정부군은 빠일린에 남아있던 크메르루즈 잔병을 괴멸시키기 위해 계속적인 공격을 퍼 부었고, 이로써 이 빠일린은 캄보디아에서 가장 많은 지뢰가 매설된 지역이 되어 버렸다. 크메르 루즈가 이곳을 점령하던 기간 중 많은 보석과 원목을 태국으로 팔아 넘겼고, 여기서 번 수입이 크메르 루즈의 자금줄이 됐었다.

캄보디아의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빠일린은 해발고도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쌀 경작이 잘 이뤄지지 못하고 대신 참깨, 카사바, 완두콩, 옥수수, 고무, 콩 등이 주로 재배된다. 최근 들어 이 지역에서는 ‘땅엣’ 이라고 하는 수익성 높은 과일이 재배되고 있으며 농민들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몇몇 주민들은 아직도 숲속에서 보석을 캐곤 하지만, 보석자원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예전만큼의 수익이 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빠일린산 보석은 여전히 세계 보석상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강렬하면서도 순수하고 독특한 색과 광을 가지고 있어 캄보디아 생산되는 보석 중 최고로 분류되고 있다.
빠일린의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프눔 얏’이 있다. 이곳은 특별히 높지도 신성하지도 않지만  빠일린의 심장이라고 불리고 있다. 프눔 얏의 높이는 60m 이며 242개의 계단으로 산 정상과 연결된다. 캄보디아의 여느 산의 정상에는 사원이 건축되어 있듯이 프눔 얏의 정상에도 사원이 건축되어 있는데 그 건축양식이 조금 특이하다. 이 사원은 버마(현재의 미얀마)의 이주민의 후손인 ‘꼴라’족이 1922년에 지은 사원이다. 사원에는 각종 사리탑과 작은 오두막 등을 볼 수 있다. 이 산에 얽힌 많은 미신들이 전해지며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 산을 명상을 하기에 가장 좋은 산으로 믿고 있다.

빠일린 주 도시에서 20km정도 떨어진 프눔 키우(푸른 산)은 프눔 얏 다음으로 빠일린에서 유명한 관광지이다. 태국 국경에 접해 있는 이 산은 일부가 태국쪽으로 넘어가 있기도 하다. 프눔 키우 폭포 주변에는 많은 야생동물들과 식물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열대 자연을 직접 느끼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큰 바위 사이로 졸졸 흐르는 계곡의 모습은 캄보디아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이다.

빠일린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김새는 일반 크메르인과 조금 다르게 생겼다. 이는 예전부터 보석 세공에 능한 버마 사람들이 이곳에 이주해서 정착했기 때문인데, 그 이유로 인해 빠일린 지역의 음식과 의복, 건축양식 및 축제 문화등이 미얀마와 굉장히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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