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늘어나는 휴식 공간

기사입력 : 2012년 09월 19일


며칠 전부터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잠이 깬다. 밖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 때문이다. 처음에는 근처의 어느 집에 결혼식이 있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날마다 같은 시간에 되풀이되는 음악의 현장을 확인하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로 집 옆이 프놈펜대학인데 최근에 대학 옆 대로가 말끔히 포장되면서 길가에 작은 공원이 하나 생겼다. 블록이 깔린 보도 갓으로 잔디 화단도 만들어지고 가로등과 벤치도 갖추어져서 아침저녁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휴식을 취하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더니 며칠 전부터는 에어로빅 팀이 생겼다. 수십 명이 음악과 리더의 동작에 맞춰서 운동을 한다. 어떤 동작은 춤에 가까워서 옆에서 보기만 해도 흥미롭다. 에어로빅은 새벽뿐만 아니라 저녁에도 있다. 하루 일과가 끝나는 저녁 6시쯤이면 또 한 바탕 신나는 음악과 함께 단체 율동이 펼쳐진다. 몇 달 전만 해도 하루 종일 먼지만 풀풀 날리던 곳이 쾌적한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최근 2년 사이에 프놈펜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이 여러 개 생겼다. 대표적인 곳이 국방부 앞 도로 공원이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가로수 길을 따라 길게 공원이 꾸며졌다. 아침저녁에는 수백 명이 공원으로 몰려나와 여러 가지 운동을 즐긴다. 걷거나 뛰는 사람,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 공놀이를 하는 사람, 에어로빅을 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끼리끼리 모여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 등으로 500여 미터가 넘는 공원이 빼곡하다. 독립기념탑에서부터 나가월드 앞 훈센공원으로 이어지는 곳에도 저녁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데 특히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차로 한쪽에 타고 온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잔디밭 가득 사람들이 모인다. 작년에 일대가 깨끗하게 단장되면서 젊은이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크고 산뜻한 카지노 호텔 앞에 분수대가 새로 생겨서 밤에는 건물과 공원 일대가 분수의 물줄기와 조명에 어우러져 멋진 야경을 연출한다.

3년 전만 해도 프놈펜에서 갈 만한 공원은 강변이나 왓프놈 정도였다. 메콩강과 톤레삽강이 만나는 강변은 바로 옆에 왕궁 광장이 붙어 있고 강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저녁이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강둑을 따라 길게 펼쳐져 있어서 산보를 하면서 보내기에 적당하다. 그러나 주변에 나무가 별로 없어서 햇볕이 뜨거운 한낮에는 인적이 뜸하다. 왓프놈은 프놈펜에서 가장 지대가 높고 사원을 중심으로 빙 둘러 숲이 조성되어 있어서 한낮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프놈펜의 역사가 서려 있는 절이라 프놈펜 시민들이 자주 찾는다. 특별히 갈 곳이 없는 프놈펜에서 그나마 한가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강변과 왓프놈이었다.

프놈펜 시내 곳곳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시 외곽 지역으로는 신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택지를 확보하기 위하여 시내 곳곳에 있는 호수가 매립되고 있는데 호수를 택지로만 쓸 게 아니라 이들 호수 중 일부라도 공원으로 만들면 어떨까? 자연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호수를 정비하는 일이기도 해서 도시가 더욱 쾌적해 질 것이다. 새로 조성되는 공원에 사람들이 몰리는 걸 보면 그런 조치가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강이나 중랑천, 안양천, 탄천 등에 시민 공원이 만들어짐으로써 서울이나 근교 도시 사람들의 여가 생활이 더욱 풍요해진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제 막 개발 바람이 불어 곳곳에 크고 작은 건물들이 속속 올라가고 있는 프놈펜, 그에 못지않게 시민들의 휴식 공간도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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