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역사탐방] 데바라자 사상

기사입력 : 2014년 05월 07일

Phnom-Bakheng

국가를 세우면서 중요한 과제는 국민을 하나의 신념으로 결집시키는 것이었다. 통치자들이 국가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새로운 이념을 필요로 했고, 초기에는 그 역할을 힌두교가 담당했다. 캄보디아인들은 힌두교를 기초로 정치적, 문화적 통합을 달성하였으며, 왕은 이를 통해서 통치의 정당성을 확립 해나갔다.

고승들은 왕의 통치 철학을 완성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앙코르 왕조의 기초를 다졌던 왕 자야바르만 2세는 ‘왕중의 왕’, ‘차크라바르틴’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왕위에 올랐다. 그리고 바라문 승려(가장 높은 계급의 승려)에게 지시하여 당시의 종주국이었던 자바(현재의 인도네시아)에 대한 부정의식을 행하고 통치철학인 데바라자 사상을 완성하도록 하였다.

vishnu

‘차크라’는 비쉬누 신의 무기인 수레바퀴를 가리킨다. 수레바퀴는 도덕, 법, 질서 등을 지배하는 신의 상징이다. 무기가 아닌 법륜(wheel of law)으로 사람들을 통치하는 자가 곧 차크라바르틴이다. 이 차크라바르틴은 다른 말로 ‘데바라자’라고하며 한자문화권에선 ‘전륜선왕’이라고도 불린다. ‘데바’는 신을, ‘라자’는 왕을 뜻하므로 데바라자는 곧 신인 동시에 왕이다. 데바라자는 인도에 사원에 안치된 800여 신 가운데 맨 위에 모셔진 최고의 신, 혹은 ‘신들의 왕’이란 의미로서 원래는 시바신을 지칭했던 데서 유래한다.

linga bakheng

신들의 왕이면서 인간을 지배하는 왕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왕권을 종교적으로 상징화하고, 세습화해 나가는 통치철학으로서 유용한 것이었다. 자야바르만 2세는 바라문 승려를 시켜 신왕의식을 행하고 통일국가의 왕으로서 위엄을 세우고자 했다. 이처럼 왕이 정의를 갖고 세계를 통치하려는 성왕임을 내세우기 위해서 성스러운 언덕에 사원을 만들고 봉양의무도 충실히 이행하였다. 국가사원에서 발견된 비문에 의하면 이 시대부터 왕을 신과 동일시하는 신왕사상이 자리잡게 되었고, 역대 왕들은 형태를 달리하여 데바라자 사상을 발전시켜 나가게 된다.

또한 신왕사상의 매개자들인 바라문 성직자들은 데바라자 사상을 확고히 하기 위하여 힌두교에서 시바 신을 상징하는 링가신앙을 접목시켰다. 사원에 건립된 링가는 외래종교인 힌두교와 조상숭배, 왕을 존경하는 토착신앙을 서로 결합시킨 것이다. 앙코르 왕조가 신왕의 링가를 안치하기 위해서 피라미드형 사원을 건축하는데 주의를 기울인 것도 데바라자 사상에 의한 것이다.

bakheng

프놈 바켕 사원은 신왕사상의 숭배 장소였으며, 109개의 탑을 세웠는데 힌두교의 3대 신인 브라흐마 신, 비쉬누 신. 시바 신을 모신 세 개의 탑과 본당을 갖추고 있다. 이후부터 왕은 우주의 중심인 신전을 건축하고 거기에 링가를 보존하는 것을 임무로 간주하여 역대 왕들에 의해 경쟁적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 글 : 박근태(왕립프놈펜대학 크메르어문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