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음식도 문화다

기사입력 : 2014년 0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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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처음 온 외국인이라면 일반 캄보디아 음식점에 들어가기를 꺼린다. 음식에서 나는 고유한 향 때문이다. 캄보디아 음식을 조리할 때에는 쁘러혹이나 찌 같은 것을 많이 쓴다. 쁘러혹은 민물고기에 소금을 넣고 발효시켜 만든 젓갈인데 한국의 새우젓이나 멸치젓 이상으로 냄새가 강하고 민물고기 특유의 비릿한 향이 난다. 또, 쌀국수나 국물 요리에 많이 쓰이는 찌 종류는 향이 한국의 고수와 비슷해서 웬만한 사람이 아니면 선뜻 입을 대지 못한다. 이 밖에도 열대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각종 채소와 열매를 음식 재료로 쓰기 때문에 그 맛에 익숙해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캄보디아에 오래 살아도 캄보디아 음식을 가까이 못하는 사람도 꽤 많다.

언젠가 캄보디아 식당에 갔다가 맛이 독특하면서도 입맛에 맞는 음식이 있어서 종업원에게 그 이름을 적어 달라고 했다. 주방 도우미에게 쪽지를 건네주고 집에서 해 보라고 했더니 과연 비슷한 음식이 나왔다. 그런데 한참을 먹다 보니 음식 속에서 곤충 날개 같은 것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음식 속에 개미가 들어 있었다. 일순간 입맛이 싹 가셨다. 그 음식에는 식용 개미가 쓰이는데 식당에서는 날개를 제거한 후 요리를 해서 개미인 줄 모르고 먹은 것이었다. 야외 유원지나 휴게소 같은 곳에 가면 거미, 물방개, 귀뚜라미, 땅강아지, 메뚜기, 개구리, 뱀 같은 것을 기름에 튀긴 것을 판다. 외국인들에게는 특이하게 보이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이 즐겨 사 먹는 간식거리들이다.

어른 아이 한 것 없이 캄보디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간식거리 중의 하나가 부화하다 만 오리 알을 삶은 것이다. 작은 스푼으로 오리 알의 한족 끝은 깬 다음 후추소금을 살살 뿌려가며 떠먹는다. 그 안에는 형태가 다 갖춰진 오리 새끼가 들어 있어서(털이 나 있는 것도 있다.) 이방인들에게는 쉽게 먹을 용기가 나지 않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껍질만 남기고 다 먹는다. 단백질과 칼슘이 많아서 몸에 좋다고 한다. 오르세이 시장 근처에 가면 돼지새끼를 구워서 매달아 놓고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갈색 구두약을 발라 놓은 듯 겉이 번들번들 윤기가 나서 맛을 볼 용기가 나지 않지만 먹어 본 사람에 의하면 새끼돼지를 통째로 장작불에 오래 구워 낸 훈제라서 그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다고 하면 캄보디아 사람 대부분이 눈을 찡그리고 이상하게 쳐다본다. 오랫동안 프랑스의 지배를 받은 나라요 대부분 불교를 믿는 있는 사람들이라 그럴 것이다. 그런데, 캄보디아에도 캄보디아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개고기집이 있다. 인터콘티넨탈호텔 앞 건너편 골목에 가 보면 저녁마다 개고기집을 찾는 사람들로 복작거린다. 이곳 개고기 식당들에는 하루 일을 끝낸 모토 운전사나 하급 노동자들이 주로 몰려든다고 한다. 큰 부담 없이 고기로 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고기를 혐오식품으로 여기던 사람들이 언제부터 개고기를 먹기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 오랜 전란과 빈곤 상태를 거치면서 그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과일 중의 하나가 망고다. 우리는 잘 익은 망고를 그냥 먹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푸르스름하고 단단하고 신맛이 강한 것을 주로 소금에 찍어서 먹는다. 더위에 체력 소모가 크고 땀 배출이 많기 때문에 당분이나 무기질, 염분 등을 섭취하는 데 그만이다. 그들이 즐겨 먹는 여러 가지 음식도 이러한 환경적 요인과 체질적 특성에 맞춰 거기에 적합한 형태로 오늘까지 이어진 것이다. 음식도 문화이기 때문이다.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