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한국도 뒤통수 맞았다

기사입력 : 2014년 03월 24일

1. 크림반도 사태가 과거 미·소 간의 냉전을 방불케 하는 미국과 러시아 간 ‘신냉전’으로 비화될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도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먼저 미국이 서방의 러시아에대한 경제 제재를 본격화하면 우리나라의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의 3대 외교 정책 가운데 하나인 ‘유리시아 연결 정책’은 타격을 받게 된다. 냉전으로 단절된 유라시아를 에너지와 물류로 연결한다는 이 구상은 한·러 관계가 악화되면 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크림반도 사태가 북핵 협상에도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난 94년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들로부터 영토 주권의 보호를 약속받는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했다. 그런데 북핵 사례에서 모범 사례로 언급됐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은 핵 보유 필요성을 더욱 절감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북핵 협상에서 절실한 중국의 협조도 받아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흐른다. 중국은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에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과 러시아 간 대결 구도가 본격화하면 결국 러시아편에 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한국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들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판국이다. 잠 못 이루고, 속만 타들어가는 사람도 늘어간다.

2. 캄보디아 정국이 투쟁 모드에서 대화 분위기로 변해가면서 겉으로는 불안 요인이 하나 둘 줄어 가는 것 같다. 그런데 홍두깨처럼 왕년의 인물 라나리드 왕자까지 다시 정계에 돌아오겠다고 선언하고 당을 만들겠다니… 앞으로의 정국이 가물가물하다. 하기야 왕가를 권위를 유지하고, 이제까지 누려왔던 기득권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은 왕가의 장자로서 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고 시하누크 국왕이 살아 있던 시절, 국왕은 라나리드 왕자, 훈센 총리 그리고 삼랑시 당수를 3형제라고 불렀었다. 정국을 3명의 풍운아들이 쥐락펴락하던 시절이다. 국왕은 이들이 티걱 태걱 할 때마다 왕궁에 불러 중재를 하곤 했었다. 노래를 좋아해 본인이 작곡한 곡만 해도 수백곡이 있는 국왕은 밤새 파티를 하고 노래를 하면서 이들을 억누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의 캄보디아는 시하누크 국왕 같은 정치적 원로가 부재한 상황이다.

훈센 총리, 라니리드 왕자, 삼랑시 당수. 캄보디아를 이끌어 온 3명의 걸출한 정치 백단들이 마지막 처절한 권력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제 마지막 결투만 남은 것 같다. ( 물론 라니리드 왕자는 힘이 빠져가는 왕실을 지켜내기 위해서 이겠지만…)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이들에게서 웃음이 사라져 버렸다. 캄보디아 정치가 이제부터 볼만해 졌다. /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