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캄보디아 사람을 돕는다는 것

기사입력 : 2014년 03월 10일

학교에 캄보디아어를 배우러 다니는 분이 부탁이 있다고 해서 들어 보니 우리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중에서 통역 자원 봉사자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곧 한국에서 의료 봉사팀이 캄보디아에 들어와 며칠 동안 어려운 사람들을 치료하기로 돼 있는데 의료진을 도와 현지인과 통역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통역료를 지불하기에는 예산이 빠듯해서 현지인 자원 봉사자를 쓰고 싶다고 했다. 나는 흔쾌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 우선은 학교 게시판에 안내문을 붙여 희망자를 모집해 보자고 하고는 캄보디아 사람들에 대해서 몇 가지 설명을 해 주었다.

내 경험으로 비춰 볼 때, 캄보디아 사람들이 무보수로 일하는 데는 매우 인색하다. 남을 돕는 자원 봉사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더러 무슨 일이 있어서 그들에게 작은 일이라도 시키게 되면 그에 따른 보상을 생각해야 한다. 일한 시간만큼 당연히 보상을 받으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캄보디아 사람들은 남에게 도움을 받으려는 의식이 매우 강하다. 특히 외국인에게 그렇다. 이런 저런 관계로 친해지게 되면 자신이 궁할 때 가끔 돈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그것을 그리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너는 돈이 좀 있으니까 어려운 나를 당연히 도와 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왜 그럴까? 오랜 기간의 식민지 생활과 절대적인 외국의 원조와 구호 의존도, 국민 다수가 직면해 있는 경제적 궁핍 같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개개인의 의식을 지배하게 된 것이 근본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상당히 오랜 기간을 남에게서 뭔가를 받아야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국가는 국가대로 외국에 의존하고 개인은 개인대로 남에게 손을 벌리는 습성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개개인의 의식으로 고착화 되어 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상당한 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조차도 남에게 받으려는 의식은 여전히 강한 반면 자선을 베풀려는 사람은 극히 적은 것이 그 증거다.

캄보디아에서 캄보디아 사람들을 도우며 사는 분들이 꽤 많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있지만 선교나 봉사를 목적으로 캄보디아에 들어와 일하시는 분들은 물론 사업이나 생업에 종사하면서 묵묵히 어려운 캄보디아 사람들을 돕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런 분들을 대할 때마다 머리가 숙여지는 것은 물론 아직은 선뜻 그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곤 한다. 그러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몇 년 전 일이다. 모교의 동창회에서 프놈펜에 유치원을 하나 지어 주었다. 허름하기 짝이 없던 학교가 현대적인 모습으로 바뀌면서 학생수도 몇 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준공식에 갔더니 학교 관계자들이 도움에 감사를 표하면서 이구동성으로 더 도와 달라고 간청을 했다. 사실 실내를 돌아보니 책걸상 이외에 변변한 교육 기자재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돈을 기부해서 건물을 지어 주었는데 더 요구를 하니 염치가 없다는 생각이 좀 들었다.

얼마 전에 어느 한국분이 들려 준 말이 떠올랐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시골에 기천만원을 들여서 심층수를 퍼 올리는 수도 시설을 해 주었다. 몇 달 후에 점검차 가 보니 시설이 벌겋게 녹이 슨 채 낮잠을 자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서 부탁하기를, “모터를 돌릴 기름값을 좀 대 주세요.”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