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지나간 시위를 생각한다

기사입력 : 2014년 03월 03일

며칠 전부터 CPP(캄보디아 국민당)와 CNRP(캄보디아 구국당)이 정치 협상을 벌이고 있다. 벌써 했어야 할 일을 사람이 죽어 나가는처참한 난리를 겪고서야 이제야 시작됐다.

한국에서 살기가 너무 힘들어 낯 설은 캄보디아 땅에서 숨죽이며 살아가던 새가슴들은 갑작스런 데모 사태에 얼마나 마음 졸였던가? 또 아귀같이 달려들어 물어뜯기가 나찰 같은 온갖 글쟁이들은 얼마나 무서웠던가? 어떻게 이역만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 손바닥 금 보듯이 알아내고, 앞뒤 재지 않고 마구 내질러 버리는 그 무모함에 우리의 가여운 새가슴들은 얼마나 어처구니 없어하고 복장이 터졌던가? 하기야 어찌됐건 간에 이 정도에서 정리 수순에 들어 간 것만 해도 무지랭이들에게는 감지덕지다. 우리들의 서러운 타향살이 비애다.

잠시 돌이켜 본다. 왜 구국당의 시위는 실패했을까? 모니봉 대로를 가득 메웠던 그 놀라운 군중 동원력과 젊은이들의 피를 끓게 하는 삼랑시 총재의 열정적인 연설, 또 크메르 루지 정권 시절 무참하게 죽어간 아이들을 대신해 다시 태어난 ‘격정과 분노의 세대’들이 5∼60%에 이르는 캄보디아의 인구 구성으로 보아 어쩌면 성공할 수도 있을 법한 진격의 시위가 왜 힘도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무너져 버렸을까? 정말 군경의 강제진압과 발포가 모든 원인인가?

혹시 갑자기 들이 닥친 추위가 원인이 아닐까? 그럴 수도 있다. 예년과는 달리 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지방에서 동원된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추위를 대비한 방한복(?)을 준비한 것도 아니고, 먹을 것도 부실할 수 밖에 없으니 어느 누가 신바람이 나서 온몸을 던지겠는가? 그러고 보면 훈센 정권은 마땅히 하늘에 감사,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여론을 이끌어 가는 지식인과 오피니언 리더 계층의 직접적 참여가 저조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오르사이 시장과 싸 트마이 시장의 상인들은 프놈펜의 여론을 가장 핫 하게 리드하는 정치적 성향이 짙은 오피니언 리더 그룹이다. 그래서 캄보디아 야권의 선봉장인 캄보디아 데일리 까지도 여론조사를 할 때에는 이 곳을 찾아 여론의 추이를 가늠질 하곤 한다.

왜 이들은 야당을 지지하고, 후원금도 내고, 가장 강하게 훈센 정권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시위에는 참여를 하지 않았을까? 간단하다. 비판은 하지만 참여는 하지 않는 전형적인 기득권층의 행태다. 이런 행태는 대학생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나라에서는 대학생도 이미 기득권에 진입한 계층 아닌가?

삼랑시 총재가 여당하고 정치협상을 시작하자마자, 미국의 캄보디아 교포들이 “LOSER, LOSER ” 하면서 심하게 조롱하며 한탄한다는 풍문이 나돈다. 삼랑시의 위기다. 그럼 이제 삼랑시 총재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궁금하다./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