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자식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말들

기사입력 : 2014년 02월 24일

우리가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어하는 건 무얼까. 물려줄 수 있는 땅은 얼마나 될까. 내가 가진 땅을 한 평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아버지를 자식은 어떻게 생각할까.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 나팔꽃을 심고, 나팔꽃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는 세계를 주고 싶어하는 아버지는 자식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은 것일까. 더 주는 것이리라. 아름다운 씨앗의 세계, 가능성의 세계, 물질적인 부함보다 더 소중한 것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값진 것을 물려주는 것이리라. -도종환의 글에서

가끔, 아들이 남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시집간 딸도 마찬가지다. 사위야 아무리해도 백년손님이라지만, 그래도 피가 섞은 아들딸에게서 까지 서먹할 때가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이란 게 아무리 살가워도 본질적으로는 남인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후손들에게 무엇을 남겨 줘야 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돈을 남겨주기에는 돈이 없고, 공부를 시키기에는 내 생각이 구닥다리가 되어 버렸다. 그러고 보면 옛날 사람들은 나이 들어 손자 손녀에게 천자문도 가르치고, 명심보감도 가르치고 또 추구 같은 시도 가르치는 일과 풍취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 망할 인터넷 때문에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모조리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더 슬픈 것은 이 시대의 할아버지들이란 너무나 빨리 변해가는 세상을 따라잡지 못해 허둥대다가 스스로 스러져 가는 존재로 변해 버린다는 것. 안타깝고 또 처연한 일이다.

손녀가 프랑스 학교에 다니고 나서 의젓해졌다. 아직 유치원에 다니지만, 어쩐지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짜임새 있는 프랑스 교육의 틀과 자유로운 사고를 감싸 안아 주는 관용이 어린 손녀를 변하게 한 것이리라.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가끔 손녀가 좋아하는 것을 준비하는 내 자신을 본다. 지나가다 손녀가 좋아할 만 한 물건이 있으면 쇼핑도 한다. 인형도 사고, 장난감도 사고 또 좋아하는 먹을 것도 사서 여기 저기, 심지어 내 책상에도 숨긴다. 또 손녀가 이리저리 다니면서 숨겨 논 것들을 찾아내는 것도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때로는 손녀가 숨겨 논 것을 찾지 못해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 내가 너무 어려운 곳에 숨겼나 하는 자책도 인다. 참, 이렇게 내가 변할 줄 누가 알았겠나?

그러나 손녀는 커가고, 할아버지는 늙어 간다. 손녀는 새로운 세상의 사고를 찾아 나서고, 할아버지는 비슷하게나마 따라 가려고 발버둥치지만, 결과는 언제나 뒤처진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마냥 사주면서 환심을 사려고 애태운다. 마치 어린아이가 예쁨을 받으려고 노력하듯이…

친손녀가 걷기 시작했다. 뒤뚱뒤뚱, 아직은 불안하고 힘든 인생의 첫걸음이지만, 이 아이도 이제 자신만의 인생을 걸어 나가는 것이리라. 감사하다./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