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heers] 그래도, 감사하고 행복하라!!

기사입력 : 2014년 01월 27일

10대 자녀가 부모에게 반항을 하면 그건 아이가 길거리를 방황하지 않고 집에 잘 있다는 것이고, 내야할 세금이 있다면 그건 나에게 직장이 있다는 것이고, 옷이 몸에 조금 낀다면 그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증거다.

닦아야할 유리창, 고쳐야할 하수구가 있다면 그건 집이 있다는 것이고, 정부에 대한 불평불만의 소리가 많이 들리면 그건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고, 주차장 맨 끝에 주차할 자리가 하나 있다면 그건 내가 걸을 수 있는데다 차도 있다는 증거다.

이른 새벽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 깼다면 그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고, 그리고 이메일이 너무 많이 쏟아진다면 그건 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고 멀어졌던 한국의 옛 친구들에게서 전화가 온다면 그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바란다는 증거다. 이렇게 세상에 이유없는 것은 없는 법이다.

이제, 내 나이 60. 내 인생에 가을이 왔다. 그래서인지 뭔가 차분해지고 또 천천히 생각이 되는 것 같다. 말이 그렇지 늙어 간다는 말이다. 그래도 인생의 숙제들은 하나씩 매듭이 지어지는 것 같다. 아들 딸 혼사도 그렇고, 모났던 성정도 조금은 누그러지는 것 같고 그리고 지고는 못살던 호승심도 줄어드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요즘 유행하는‘되고송’을 만든 사람은 정말 나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인생의 대선배임에 틀림없다.

홀로 새벽별을 보며 내가 딸에게, 사위에게 무엇을 남겨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재산이야 애초부터 없는 것이니 물려 줄 것도 없고 무슨 품위있는 교양의 향기도 나하고는 애초에 인연이 없는 것이니 그냥 되고송이나 들려 줄까? (하기야, 요즘은 젊은이들도 애늙은이가 되어 가는 것 같다)

그래, 일상에서 보여지는 강한 긍정의 삶과 사고. 그리고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약한 자들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목숨마저 버렸던 인간 예수의 자기 헌신. 그런 것 아닐까? 독재와 억압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일궈졌던 불평, 불만들이 이제는 일상의 감사함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혹시 이러다 도사님 되는 것은 아닐까?

설을 맞아 아들에게, 며느리에게, 딸에게, 사위에게… 그리고 귀엽기 그지없는 친손녀, 외손녀에게 내가 무슨 덕담을 해야 할까도 생각한다. 또 킬링필드의 비참한 유산이 아직도 거리를 스산하게 맴도는 캄보디아는 언제나 평화와 기쁨이 봇물처럼 터지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도 생각한다. 캄보디아가 몹시 안타깝다.

모두가 아픈 세월이다. 가슴 부여잡고 잊혀지기만을 기다리는 세월이다. 이놈 저놈한테 동네북처럼 터지고 있는 한국도, 캄보디아도 안쓰럽다. 그저 바라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이 땅 캄보디아에 평안과 기쁨이 넘치기를… /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