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집권당이 나서야 한다

기사입력 : 2013년 11월 25일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국가기관의 명단이 국가정보원, 경찰에 그치지 않고 국가보훈처에 이어 군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8개월여를 지켜보건대, 현직 행정수반이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10월 24일 정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결국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6만여 조합원을 가진 전교조는 헌법소원을 내고 거리에 나섰으며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이 격한 반응을 내놓고 있고,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국제노동기구(ILO)·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등 국제기구들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래서는 합리적 대화가 불가능한 진영갈등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새 정부 출범 1년도 안되었다. 집권당의 갈등조정 기능이 절실하다. 이제 8개월, 새 정부는 갈 길이 멀다. 지난 대선에서 내놓았던 그 많은 공약들을 풀어가려면 입법과 예산의 국회절차와 사회적 합의과정이 필수적이다. 역대 정부들은 집권초기 핵심 공약의제를 실천하기 위해 야당의 협조와 우호적 여론 형성을 위해 노력했다. 작은 갈등에서는 물러서기도 하고 정부의 실책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조치를 취하면서 핵심공약 이행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 애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 이명박정부 때만 해도 집권초기 광우병 파동에 대해 사과했고 핵심공약인 경부대운하 공약마저 수정해가지 않았던가.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접근은 다르다. ‘전혀 덕을 보지 않았다’는 국가기관의 지난 대선 개입 건이 8개월째 확대되고 있고, 이로 인해 공약사업이 전혀 진척되지 못하고 있음에도 수습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법대로 수사하고 결과대로 조치하겠다는 한마디만 했어도, 검찰수사 중 발생한 내부갈등에 대해 한마디만 힘을 실어줬어도 사태는 진영갈등으로 흐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안은 그저 찬반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국가기관의 범죄, 그것도 민주주의의 핵심기제인 선거범죄에 관련된 문제다. 그런데 왜 이 사안을 진영 갈등으로 흐르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의 전교조 건 처리도 결국 진영갈등을 촉발시키고 있다. 정부가’노조 아님’을 통보했을 때 뒤따를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만큼 해묵은 의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사태는 김영삼정부가 OECD 가입 전제조건으로 교사와 공무원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했던 약속이 지난 15년 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것에서 연원한다. 그랬기에 이명박정부조차 법과 현실의 괴리를 그냥 둘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 갈 길이 먼 새 정부가 공약사업 하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교조 해직교사 9명의 처리문제가 왜 그렇게 중요했던 것일까? 이유는 모르겠으나 대통령은 의지가 없으니 집권당이 나서야 한다. 사태를 더 이상 진영갈등과 힘 대결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 서복경 (서강대 정치연구소)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