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니노베 바베를 그리며

기사입력 : 2013년 11월 19일

중·고등학교를 다닐 땐 어김없이 “존경하는 인물은?” 이란 설문조사를 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저는 참 난감했습니다. 존경하는 사람이 별로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은 유명한 사람들 이름을 거창하게 쓰곤 했지만, 저는 앨튼 존, 나나 무스쿠리, 비틀즈, 비지스, 뭐 이런 가수들이나 좀 더 잘난 척하고 싶으면 읽어도 무슨 소린지도 모르는 니체나 싸르트르의 이름을 갈겨 적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고 3이 되어서야 좋아하는 사람을 찾았습니다. 예수님, 간디 그리고 법정 스님입니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서 한 사람의 이름이 운명적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바로 간디의 제자 니노베 바베입니다.

니노베 바베의 글 중 가장 저에게 다가온 글이 바로“땅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도대체 누가 땅을 두고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 공기, 물, 햇빛, 숲과 산과 강, 땅은 지구의 유산이다. 그 누구도 어떤 집단도 저것들을 차지하거나 망치거나 오염시키거나 파괴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땅의 열매를 신에게서 선물 받았고 우리에게 필요치 않은 것은 다시 신에게 바쳐야 한다.” 는 글입니다.

그의 스승인 간디의‘7대 사회악’도 언제나 위대합니다. 대학교 1학년, 젊은 청춘을 불 지르기에는 너무나도 충분한,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뜨거워지는 지성의 불길 같은 것이었죠. 그래서 오랫동안 책상 위 상석을 차지했었고 60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가슴을 뛰게 하는 명제입니다. 1. 원칙 없는 정치 2. 노동 없는 부 3. 도덕 없는 상행위 4. 인격 없는 교육 5. 양심 없는 쾌락 6. 인간성 없는 과학 7. 희생 없는 예배.

예수님 이후 예수님의 복음 전체를 이처럼 간결하게 요약하고 살았던 성인은 없었다고 저는 단언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핵심을 가장 단순 명료하게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각 종단의 신자수를 합하면 인구수보다 더 많은 종교인의 나라 한국, 대형화 되어가는 교회와 성당, 사찰과 교당은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민중과 아파하는 세상과 함께 하는 종교는 갈수록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민중과 세상과 함께 하는 종교로 거듭나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비노베 바베의 유언으로 글을 마치려합니다.

“나는 간다. 슬퍼하지 마라. 내가 있었던 본향, 신에게로 간다. 신을 몸으로 체득하라. 들숨 날숨으로 신을 느껴라. 신의 정신인 사랑을 들이쉬고 그 사랑을 날숨으로 살아라. 신과 함께 항상 생각하라. 신과 함께 하고 있음을 자각하고 그 자각을 세상 안에서 삶으로 실천하라.”

절대로 가볍지 않은, 내일 모레면 60을 맞는 저에게 경종을 울리는 금언입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가난한 그들에게 돌아가렵니다. / 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