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순칼럼] 담뱃값 인상과 죄악세

기사입력 : 2013년 10월 09일

담배

“그러니까, 내 아들이 더 낫지!”, “무슨요, 제 아들이 더 낫죠!”, 김장이라도 담그게 되는 날이면 시어머니와 나는 서로 자신의 아들이 잘났다고 우기며 지루함을 달래곤 했다. 부지깽이도 거든다는 힘든 농사철에 “아가, 한 대 꼬시르고 하자.”, 고부간에 맞담배를 피우며 쉬는 짬을 가졌다는 조선시대 얘기에 비하면 격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조선실록에 순조는, 남녀노소가 담배를 즐겨서 젖먹이만 면하면 으레 담배를 피운다고 개탄 했다.) 맨입의 대화는 자기 자랑질이 많을 것 같은데 반해, 실오라기 풀리듯 피어올라 허공으로 흩어지는 담배연기를 바라보노라면 구수한 옛 얘기가 절로 나올 듯싶어서다. “남편이 잠자리에서 담배를 피워도 부인이 괘념치 않는다면 결혼생활이 순탄하다는 증거”라며 임어당은 통 큰 소리를 했다. 끽연정도의 약점을 너그럽게 봐줄 수 있는 아내라면 남편 또한 관대하게 대할 것이니 집안이 두루 화목하리라는 뜻일 테다. 애연가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처칠은 평생 독한 시가를 피우고도 91세까지 장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75세 때 건강문제로 담배를 끊었다. 단지 뚝심 있는 정치인 이미지를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항상 반쯤 피운 시가를 지니고 다니다가 사진기자들이 몰려올 타이밍에 맞춰 피우는 척했다고 한다.

캄보디아도 우리나라도 대표적인 기호식품인 담뱃값 인상을 놓고 논쟁 중이다. 국민건강과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른바 ‘죄악세’가 화두다. 건강을 해치는 흡연문화는 개선해 나가야겠지만, 매번 죄악세 인상이라는 가장 안일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은 비흡연자로서도 납득하기 힘들다. 국민건강이 진정으로 염려된다면 담배를 마약류로 분리하여 아예 금지시키든가, 담배라면 정나미가 떨어질 정도로 파격적인 인상을 감행 할 수도 있으련만. 심보가 꼬인 사람이라 그런지 세수를 늘려갈 요량으로 사생결단의 금연국면을 피할 수 있는 가격대에 맞춰 눈치껏 올리곤 하지 않나 의구심이 든다. 위정자들이 중독성식품은 가격인상을 하더라도 얼마 후 소비가 원상복구 된다는 통례를 모를 리 없고, 담배세금 중 금연사업비로 쓰인 부담금이 1.3%에 그친 것만 해도 그렇다.

정크푸드에도 세금을 부과할 정도로 죄악세가 확대되는 추세다. 담배, 술, 커피, 탄산음료 등, 잠시나마 시름을 잊게 해주는 기호품 하나쯤 즐기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악마는 우리가 즐기는 모든 것들에 불이익을 설치해 놓았다고 하듯이, 인간에게는 해로운줄 알면서도 쾌락을 추구하는 본성이 있다. 기호품 애용자들은 세금폭탄이 아니라도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기호품으로 인해 갈등, 후회, 기침, 숙취, 비만 등, 저마다 대가를 치르는 가운데 조절해가고 있다. 국가의 간섭과 개인적인 자유의 범위가 늘 관건이지만, 개인의 자유와 일탈이 광범위하게 허용되는 사회일수록 폭력과 범죄율은 낮다는 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민들의 빠듯한 일탈을 빌미로 세금문제를 해결하려드는 것에도 한계가 있으리라.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